김민정

아프다

몹시 문란하지 않으면

가족은 탄생할 수 없다

창문 저 밖

남의 가정은 다 안락해 보이고

창문 저 안

나의 가정은 다 안락사로 보이듯

그 순간 미처 걷지 못한

불쌍한 빨래들이

백기처럼

펄럭펄럭

손을 흔든다

꼭 엄마 같은 그림자다(부분)

시인에 따르면 문란하지 않으면 사랑이 탄생할 수 없으므로, 가족도 탄생할 수 없다.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사랑의 문란을 몸으로 겪는 이들이다. 배고픈 이들은 가족끼리 서로를 뜯어먹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문란한 사랑이 엮는 문란한 가족의 이미지는 “백기처럼/펄럭펄럭/손을 흔”드는 ‘빨래들’로 현현한다. 쓸모없듯 방치된 저 빈손의 펄럭임이야말로 사랑의 문란이며 고통이고 아름다움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