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어두울 무렵

하늘이 닫고 있는 붉은 꼬리를 배경으로

저무는 방식을 습득하고 있는 수평선이

발뒤꿈치를 들고 환하게 뒤를 잠그고 있다

궤적을 반짝이며 사라지는 유성처럼

버려도 좋은 꼬리 하나쯤 있어

그 꼬리에 몸을 묻고

오래 저물고 싶다(부분)

노을의 붉은 끝자락으로부터 유성의 꼬리를 연상하는 것을 보면, 이 시인이 세계의 현상을 얼마나 끈덕지게 관찰하면서 시적인 ‘이미지-사유’를 오래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은 저 사라지는 노을의 “꼬리에 몸을 묻고/오래 저물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다. 그래서 시인은 유성처럼 사라지는 저 하늘의 노을을 오래도록 응시하면서, 저 “환하게 뒤를 잠그”는 ‘수평선’의 ‘저무는 방식’을 터득하려 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