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원

아주 사적인 생각에 빠져

뼈다귀들이 설설 끓고 있다

거품이 악성 댓글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담 든 몸에 파스 붙이듯

이름을 계속 갈아 붙이고 살던 남자가

아파트 11층에서 떨어졌다, 단풍 붉게 물든 늦가을

회 뜨고 남은 살점 군데군데 붙어 있는 뼈다귀가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어디론가 헤엄쳐 가고 있다

짠물에 새기던 사소한 고독의 가시 무늬

익명탕이 홀로 졸아들고 있다(부분)

“악성 댓글” 같은 거품을 내며 끓고 있는 눈앞의 ‘서더리탕’은 광어의 것인지 우럭의 것인지, 도미의 것인지 모르는 뼈다귀들로 만든 ‘익명탕’이다. 11층의 남자나 당신과 같은 익명. 그러니 “이름을 계속 갈아 붙이”면서 살다 죽은 남자는 당신이기도 하리라, 죽은 남자나 당신, 그리고 ‘나’ 역시 서더리탕의 뼈다귀들처럼 “사소한 고독의 가시 무늬”만을 남기고 “홀로 졸아”드는 익명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