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도

어릴 적 뒹굴던 과원(果園)이

내게 남긴 유일한 유산인 흙냄새

모든 것의 자궁이면서도

제 것 하나 없는 해탈인 흙이

후광처럼 두르고 다니던 냄새로

작은 섬 하나 짓고 싶어졌습니다

당신이 깊이 뿌리 내리고

푸르게 타오르는 물 한 그루로 서 있을 (부분)

모든 씨앗들은 흙속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삶이 가진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하여 시인은 흙을 ‘자궁’이라고 지칭한다. 또한 모든 삶은 자신의 생명이 다 하면 빈 몸으로 흙속에 묻혀 흙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흙은 삶과 죽음을 모두 품고 있는 것, 시인은 이 흙의 냄새가 “어릴 적 뒹굴던 과원이 내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라고 말한다. 이 냄새가 그에게 근본문제-삶과 죽음-에 일찌감치 눈 뜨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