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지지율이 70%이상을 기록하는 게 보통이고, 높을 때는 90%대까지 오른다. 새 대통령이 집권한 후 나라를 부강시킬 방안을 찾고, 고심할 시간을 준다는 차원일게다. 이른바 ‘허니문’기간이다. 통상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가 되는 이 기간에는 유권자들의 기대심리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2개월도 채 안됐는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현상이 덮쳤다. 허니문 기간이 사라졌다. 어렵게 집권한 보수 정부의 위기다.

정치권에서는 허니문 기간이 사라진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경제위기 상황, 여야의 대치로 인한 국회 공전 상황, 여당 내 권력다툼 등의 문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한 요인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통해 당선된 점, 정통 보수층의 충성도 약화, 2030 세대의 정치 무관심 등이 허니문 증발과 함께 데드크로스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출범한 지가 한 달 20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사태가 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친윤계의 민들레 모임 논란, 당 혁신위 인사 논란,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간의 공개적 갈등 외에 별달리 보여준 게 없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민생·안보 위기 국면이 닥쳐와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보다는 내부 권력다툼에 한창이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똘똘 뭉쳐 일해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에 한창이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바로 약자와의 동행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볼 때 사람들은 과거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을 연상하기 때문에 ‘기득권 정당, 돈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당’으로 여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많은 표를) 득표할 수 없다”며 “그래서 제가 내세운 게 약자와의 동행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약자와의 동행이 사라져버렸다.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보수가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약자와 함께 한다는 혁신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대권을 창출해온 거물 정치인의 혜안이다. 윤석열 정부가‘약자와의 동행’이란 새 지평을 열고, 변화와 혁신에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