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경진 사진작가
“공간과 사물을 작업한다.
대상이 되는 사물에는
인간의 물리적 반응이 함께 했고
심상적 흔적이 묻어있다”

이경진 사진작가

“사진을 찍는 작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는 과정입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벅찰 만큼 소중한 일이죠.”

이경진(43·포항시 북구 흥해읍) 사진작가. 그녀는 사진작가로 살아온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시대 여성이 가지고 있는 상실과 혼돈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사진 모임 ‘베란다’를 통해 즐겁게 풀어가고 있다. 우리 시대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자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사진예술 활동으로 풀어간다. 지난 18일 이경진 사진작가를 만나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작가가 된 계기는.

△사진 작업으로 나 자신과 주변 일상과의 소통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고 있는 주부이면서 네일샵을 운영하는 사회인이자 사진가다. 사진예술 활동을 통해 일상에서의 상실과 혼돈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활동 중인 사진 모임 ‘베란다 2022’를 소개한다면.

△사진을 배우고 싶은 여자 셋과 사진을 가르쳐주고 싶은, 엄마이면서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자 한 명이 모였다. 한달에 한번 사진스터디를 하고 한번은 게스트를 초대해 사진적 소통을 통해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 모임의 목적은 사진을 통한 내면의 성장이다. 베란다 2022는 거창하지도 않으며, 포부가 방대하지도 않다. 사진예술의 진정한 매력을 일상과 삶에 접목할 뿐이다.

-사진을 하게 된 동기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여성들이 그러하듯 결혼 후 가족 위주의 삶이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가는 한 과정으로 선택했던 것이 바로 사진과 독서였다. 사진 작업을 진지하게 하면 할수록 독서는 중요한 과정이 되어버린 듯하다. 함께 사진 작업을 하던 친구의 소개로 사진공간 ‘비움’이라는 사진 모임에 들게 되었고,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한 의미에 관심이 늘었다. 추구하는 사진 작업에도 근접해지는 듯했고 깊이도 깊어져 가는 듯하다. 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그 무엇 자체가 항상 긴장하게 하고 노력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사진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대부분의 사진 작가들에게 사진의 의미는 유동적일 것이다. 지금 당장 나에게 사진 작업의 의미는 ‘사람이 왜 살아야 하나?’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상호 간의 이상적인 관계란 어떤 것인가?’라는 인문학적 의미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보이는 것 너머의 의미를 찾아 나 자신과 연결하고 그로 인해 나를 드러내어 표출하는 수단이 사진이다. 나와 다른 그 무엇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나의 내면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신뢰하는 것이 사진이다. 더 나아가 다른 이의 성장을 응원하고 선한 영향력을 조금이나마 공동체에 돌려주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을 하면서 좋은 점이 있는지.

△나의 언어에서 나는 사진적 언어 하나를 더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사진적 언어를 배우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사진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알아차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과정 안에서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충분히 느낀다.

-본인이 지향하는 사진 작업은.

△일상의 공간과 사물을 주로 작업한다. 공간과 사물을 대하면 사람의 흔적이 보인다. 대상이 되는 사물은 분명 인간의 어떠한 물리적인 반응이 함께했고, 그 공간은 인간의 심상적 흔적이 함께 묻어 있다. 일상의 공간과 사물은 나의 사유와 만나 수많은 이야기가 되고 때론 나 자신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를 이용해 만든 그림 같은 사진 작업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카메라를 붓과 물감처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인식하고 사용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대상을 그때그때 촬영하고 디지털 후보정하는 섬세한 과정을 거친다. 다양한 심상의 변화를 추상으로 이미지화하거나, 몽환적인 느낌으로 이미지화한다. 내 작품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속해 있는 사진 모임인 사진공간 ‘비움’을 통해 사진예술의 매력을 더 깊게 느끼고 싶다. 그리고 사진 모임 베란다를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많은 지인이 사진예술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즐거운 인생 여정이 되도록 돕고 싶다. 진행 중인 개인 사진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방식의 개인전을 열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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