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구성 관련 진전 없이 기존 주장만 반복하며 ‘네탓 공방’
청문회·입법 논의 올스톱… 박순애 등 ‘청문회 패싱’ 재연 우려
조응천 발의 국회법 개정안까지 더해져 자칫 수습불능 가능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배분을 둘러싼 이견으로 후반기 원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행정부 시행령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발의돼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국회의장단도, 상임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한 국회공백 상태가 16일째 계속되고 있으나 여야는 14일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네 탓 공방’만 계속하고 있다.

이날 현재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 배분을 둘러싼 이견으로 원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내각 인사청문회는 물론 각종 입법 논의도 모두 ‘올스톱’상태다. 그 여파로 전날 김창기 국세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임명됐다. 인준 시한인 6월 10일을 한참 지나서도 국회는 소관 상임위조차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김 청장은 2003년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제도 도입 이후 청문회 없이 임명된 첫 사례다.

국회에는 박순애(교육)·김승희(복지) 장관 후보가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으며, 시한은 오는 18일이다. 현재로서는 김 청장 이외에는 원 구성 이후까지 기다려서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방침이다. 다만 이 역시 늦어도 이달 말까지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들도 청문회 없이 임명하는 ‘청문회 패싱’이 재연될 수 있다.

국회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야가 이날도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대로 원내 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간다면 법사위원장은 자당 몫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자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오거나, 또는 국회 내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거 국민의힘도 다수당이었던 적이 있지만, 법사위는 전·후반기 모두 민주당이 맡았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지난해 국회법 개정을 통해 법사위 심사기한·범위를 한 차례 축소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더 축소하자는 것은 사실상 견제와 균형 기능 없애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법사위를 없애자는 말이 솔직해 보인다”라고 쏘아붙였다.

반면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기기로 한 지난해 7월 합의는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직 원내대표 간 합의는 그동안 상원처럼 월권을 행사해온 법사위의 기능을 정상화하라는 것이 전제였다”며 “그 전제가 된 여야의 약속이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 문제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야당에선 행정부 시행령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발의돼 정국이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기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이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인선하고 법무부 시행령을 바꿔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한 것을 겨냥해 ‘맞불’을 놓은 입법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검찰 수사권을 넓히려고 하거나 인사 관련 권한을 늘리려 할 때 관련 상임위가 제동을 걸 수도 있게 된다.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꺾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계류된 다른 법안과 마찬가지로 다수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일 경우 입법부 내에서 이를 저지할 뾰족한 방법이나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다. 최악의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야당과 제대로 협치를 하지 못할 경우 국정 사안사안마다 제동이 걸려 수습하기 힘든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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