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조응천 “국회 패싱 막으려 대통령령 수정 가능 법안 발의”
국힘 “삼권분립 정신 훼손”… 尹 “위헌소지 많아” 거부권 시사
과거 ‘유승민 파동’ 부른 폭발성 사안… 野 일방 추진엔 부담도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국회공백사태를 빚고 있는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이란 폭탄이 더해져 업친데 덥친 격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국회 패싱’을 막겠다며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여기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3일 “위헌소지가 많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나섰다. 자칫 여야가 국회법 공방으로 더욱 정면대치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게 됐다. 조 의원이 추진하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으로 입법부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및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조 의원은 현재 법안을 공동발의할 의원들을 찾고 있으며 이르면 이날, 늦어도 이번주 중에는 해당 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자 행정부를 마비시키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겠다는 주장만큼이나 반헌법적”이라고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까지 이날 해당 법안에 대해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좀 많다고 보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만일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는 이대로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법안을 발의한 조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행정부가 정하는)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이 자꾸 모법을 위배하게 되면 국회의 입법 권한이 침해되는 것 아닌가”라며 “삼권분립이라는 법치주의의 가장 큰 기초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의원은 “2015년 이 법과 거의 유사한 ‘유승민 국회법 개정 파동’ 당시 권성동 의원도 이 법에 찬성했고,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지지하고 옹호했다”며 권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법 개정 문제가 가뜩이나 꼬인 정국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국회 원 구성 문제, ‘청문회 패싱’문제의 해법을 여야가 좀처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안 충돌로 강대강 대치가 한층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이 사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지난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합의했다가 파문을 일으킨 법안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적잖은 ‘트라우마’를 남긴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유 당시 원내대표 역시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정부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은 유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등의 표현을 쓰며 강도높게 비난했고, 유 당시 원내대표는 결국 원내대표 자리에서 사퇴한 바 있다.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집권여당 원내대표직 사퇴 등을 불러온 휘발성 있는 사안을 민주당이 무조건 강행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야당의 존재감을 발휘하기에는 국회법 개정안 같은 폭발력 있는 법안을 매개로 정국을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 정국의 향방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