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사권은 검찰공무원이, 정부 운영은 기재부 퇴직 공무원이, 자잘한 정무는 여의도 아웃사이더들이 맡는 방식으로 과연 향후 5년을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회자되는 한 줄 평가다. 시니컬하긴 하지만 현 정부 인사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대통령실이나 정부 라인업을 보면 정부 경제정책 등 운영은 기재부가, 인사통제권은 검찰이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경제수석에 모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됐다.

특히 법무부 장·차관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이어 금융감독원장에 검찰출신이 임명됐다. 인사추천권을 가진 인사기획관 및 인사 비서관, 검증역할을 하는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무부 산하에 설치될 인사정보 관리부서까지 검찰출신이 떠안았다.

이러니 야당이 검찰공화국 운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중에서도 1999년 출범 이후‘금융계의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수장에 검찰 출신이 자리잡은 게 압권이다. 그만큼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에 검찰 출신 인사가 한때 거론되다가 제외된 데는 이같은 세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새 정부에 대한 여론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이다. 사법고시를 거친 검찰 출신 인사들의 능력과 추진력은 대체로 뛰어나다. 국가관이나 정의감 역시 투철하다는 평가를 부인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평생 검찰에 몸담았던 윤 대통령이 직접 경험한 인물을 데려와 자신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데 쓰겠다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해도 윤 대통령이‘적재적소’인사원칙으로 마냥 밀어붙이는 건 재고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소위‘윤핵관’간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떻든 정권을 창출하는 데 공을 세운 이들의 충성심을 권력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래로부터의 통치술이다. 다만 최근의 ‘검찰 편중 인사’논란은 윤 대통령에게 적지않은 부담이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사, 정보, 사정 등의 업무를 특정 분야 출신들이 맡을 경우 사고의 틀이 좁아져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위험이 커진다.

이른바 ‘확증편향’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은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이유 역시 확증편향으로 인한 오판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듣고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피하려면 두 가지 방안이 유력하다.

집단 내에서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도록 조직된 레드팀의 운용이 하나이고, 적절한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특화된 언론출신들을 자문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정권의 성공과 실패는 인사(人事)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