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방선거, 이대로 둬선 안되겠습니다. 특히 나라의 백년대계라 할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 후보는 누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조차 잘 알지 못한 채 찍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군·구의회 의원들 역시 이름 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 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6·1지방선거를 치른 1일, 주민들의 투표소감은 개탄일색이었다. 주민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시하는 지방선거가 오히려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인물을 특정 정당의 후보라는 이유로 지지하게 되는 불합리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민들은 시·군·구의회 의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 지 잘 모르고 투표해야 했다고 말한다.

특히 교육감 후보의 경우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며 정당공천을 없애는 바람에 보수와 진보진영 후보가 난립, 주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정당지원 없이 개인 돈을 많이 쓰게 만든 것도 문제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비용제한액과 같다. 경북 교육감 선거의 경우 15억3천200만원, 대구 교육감선거는 11억7천300만원이 선거비용 한도액이다. 득표율 15%를 넘으면 선거비용을 전액보전받을 수 있다지만 보전받는 비용 외에 선거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지출까지 포함하면 실제 선거에 쓰이는 돈은 한도액을 훌쩍 넘긴다. 평생 교육행정에 몸담은 교육감 후보들에게 1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은 큰 부담이다. 그러니 교육감 후보들은 막대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출판기념회를 활용한다. 책 정가는 1~2만원이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5만원권 여러 장을 봉투에 넣고 책을 받아간다. 인사권자인 교육감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직원들은 찾아가 눈도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선거에 쓴 개인 돈 수억원을 메꾸려고 당선 후 업자들에게 뒷돈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교육감만 11명에 이르는 게 그 방증이다.

교육감 선거방식은 확 바꾸는 게 옳다. 껍데기만 정치중립인 선거를 치를 게 아니라 차라리 시도지사 임명제로 하거나 시도지사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자를 러닝메이트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그래서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될 여지를 없애는 게 낫다. 개인후보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선거벽보·공보·현수막·TV토론 등 선거운동 일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담하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기초의원 선출도 문제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해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치권은 오불관언이다. 지역구에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권은 시·군·구 기초의원들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선거 제도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기초의원과 교육감 선출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 정치권은 귀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