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광역단체장 17곳 중 10곳 휩쓸고 민주 대선 이어 또 ‘쓴 잔’
선대위지도부, 인천계양을 보선 출마 윤형선 “졌지만 잘싸웠다”
야권, 당 지도부 책임론… 총사퇴 등 거취정리 수순에 들어갈 듯

국민의힘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권성동ㆍ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의원, 당직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8회 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희비쌍곡선을 그렸다. 1일 0시 현재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0곳을 휩쓸고, 3곳에서 박빙우세의 승부를 펼쳐 잔칫집 분위기인 반면 4곳의 광역단체장만 지킨 더불어민주당은 그야말로 초상집분위기였다. 대선 패배로 정권을 넘겨준 데 이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야권은 당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당지도부 총사퇴 등 거취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일 중앙선관위 개표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서울 오세훈, 부산 박형준, 대구 홍준표, 인천 유정복, 울산 김두겸, 강원 김진태, 충북 김영환, 충남 김태흠, 경북 이철우, 경남 박완수 등 10곳은 당선이 확정적이고, 더불어민주당은 광주 강기정, 전북 김관영, 전남 김영록, 제주 오영훈 등 4곳만 승리가 확실할 뿐 경기도와 대전·세종특별자치시 등 3곳에서 접전을 벌였다.

0시 현재 대전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가 50.64%, 더불어민주당 허태정이 49.35%, 세종특별자치시는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가 53.74%,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가 46.25%, 경기도는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50.57%,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46.34%를 얻는 등 3곳 모두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의 우세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기현 전 원내대표 등 선대위 지도부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20여명은 투표 종료 시각인 이날 오후 7시 30분을 앞두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로 모여 서로를 격려했다. 옆에 앉은 의원들과 손을 맞잡고 카운트다운을 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의 얼굴에는 출구조사 발표와 함께 웃음꽃이 피었다.

국민의힘은 당초 열세지역으로 분류된 호남에서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가 17.6%,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가 16.3%,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가 15.4%로 모두 10% 중후반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자, 의원들은 세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위로했다.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형선 후보의 패배 전망에도 “잘했다”며 박수로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항상 겸손해야 한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KBS 인터뷰에서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성원에 너무 감사하다”며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행정의 상당한 부분을 담당하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반면에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광역단체장 14곳에서 승리, 싹쓸이의 기쁨을 맛봤던 민주당은 불과 4년 만에 접전 지역 3곳을 모두 내줄 경우 최대 13곳의 광역단체장을 잃게 되는 결과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오후 개표방송을 시청하고자 개표상황실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담담하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7시 30분에 호남과 제주를 제외하고 10곳에서 국민의힘이 앞서고 접전 지역 3곳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뒤진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찬물을 끼얹은 듯 적막이 흘렀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약 18%포인트 차이로 뒤진다는 결과에 이어 강원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진태 후보가 오차범위 밖의 차이로 앞서자 원주가 고향인 박 위원장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실망한 표정을 보였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이 위원장이 앞선다는 발표에도 이 위원장과 윤 위원장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 장내에는 침묵만 흘렀다.

말없이 개표방송을 보던 지도부는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이 위원장은 윤 위원장과 잠시 귓속말을 나눈 뒤 출구조사를 본 소감, 전당대회 출마 여부 등을 취재진의 말에 일절 답을 하지 않은 채 오후 7시 40분쯤 가장 먼저 상황실을 떠났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종 결과가 나오면 당 차원에서 지도부가 상의해 입장을 내지 않겠나”라며 역시 차를 타고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6·1 지방선거 이후 당의 수습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충격적인 지방선거 참패 결과에 대해 지도부 총사퇴 등 거취 정리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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