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산남의진(山南義陣) 기억하고 추모하자
‘포항 출신’ 다수였던 산남의진
130여 회 전투서 700여 명 사상
3대 대장 최세윤 출생지임에도
기념 추모비 하나 없는 실정에
호국기념공원 조성 염원 커져

6월 1일, 오늘은 ‘의병의 날’이다. 의병의 역사적 가치를 마음에 새기고 그들의 애국심을 계승하자는 뜻에서 제정한 법정기념일.

지난 2008년 8월 의령군수 등 1만5천586명이 ‘호국의병의 날’ 기념일 제정을 국회에 청원했고, 그 청원이 2010년 2월 국회에서 의결됐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같은 해 5월 25일 “매년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제정한다”고 알렸다.

<관련기사 15면>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날이 음력 4월 22일. 6월 1일은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의 첫째 날이라는 의미도 담겼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즉 영남의 의병들은 뜨거운 애국정신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구한말 나라 전체가 일본에게 짓밟혀 헤어나기 힘든 도탄에 빠졌을 때 영남 사람들은 ‘산남의진’의 진호를 들고 홀연히 나섰다.

의진 구성원의 출신 지역과 활동 범위는 경상북도는 물론 경상남도 지역까지 널리 분포돼 있었고, 포항 지역 출신들이 다수였다.

산남의진은 일본의 군인·경찰과 130여 회의 전투를 치르고, 7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병진이다. 항전 기간과 항전 횟수 등으로 볼 때 당시 영남지역 의병진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산남의진은 ‘문경새재 이남’이라는 명칭 그대로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의진이었다. 선두에서 의진을 이끈 대장도 영천과 포항에서 나왔다.

정용기·정환직 부자가 태어난 영천시는 일찍부터 산남의진을 추모하는 기념물을 세우고,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영덕군도 산남의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릉의진’의 신돌석 장군을 기리기 위해 신돌석기념관을 만들어 신 장군의 업적을 추모하고 있다.

하지만 포항시는 산남의진 3대 대장인 최세윤의 출생지임에도 그를 기념하는 추모비 하나 없다.

발전은 지나간 일을 반추하는 자기반성 속에서 온다. 그게 역사의 존재 이유 아닐까? 부끄러움의 역사를 망각한 민족은 반드시 수치를 다시 겪게 된다는 것을 역사의 거울은 말해주고 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처했던 시기에 분연히 일어나 외세에 항거하며 고귀한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산남의진 의병들과 최세윤 대장의 숭고한 살신성인의 의기(義氣)를 기억하는 건 후세인 우리의 의무다. 그들의 뜨거운 구국정신을 이제는 내적 개발과 지역 결속을 다지는 힘으로 되살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을 대표할만한 장소에 산남의진 의병들과 최세윤 의병대장을 추모하는 기념관과 조형물 하나쯤은 세우는 게 어떨까.

여기서 더 나아가 구한말 의병 활동에서부터 3·1만세운동, 근대화 시기 및 일제강점기 지역 인물들의 애국적 활동, 그리고 해방 이후 6·25전쟁에 희생된 전몰용사들의 격전지까지 엮어 호국기념공원을 조성한다면 포항은 분명 명실상부한 호국의 도시로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바람과 기대감 속에서 산남의진의 탄생과 행적, 최세윤을 비롯한 산남의진 의병대장들의 활약상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상준 향토사학자·본지 객원 편집위원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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