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의도 정치판에 빅브라더가 소환됐다. 빅브라더는 1949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감시자’를 지칭하는 용어에서 비롯된 말로, 일반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사회를 감시·통제하는 관리권력 또는 사회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이 소설에서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 도청장치를 이용해 대중에게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 소설은 빅브라더에 의해 자행되는 감시와 통제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잘 묘사했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빅브라더가 활개칠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정치판에서 빅브라더 논란을 전격 소환한 주인공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다. 박 원내대표는 법무부가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고 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겠다고 밝히자 “한동훈 법무부가 21세기 빅브라더가 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인사검증까지 하게 되면 정보가 법무부로 집중되고,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 인사는 복두규 인사기획관이 추천하고 한동훈 장관의 검증을 거쳐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검찰출신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검찰에서 손발이 닳도록 합을 맞춘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좌우하는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인재 추천→세평→검증’으로 이어지는 인사시스템에서 세평 수집과 검증의 상당 역할을 내각으로 이전해 다각도로 검증하고,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검증 자료를 토대로 종합 자료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해 최종 낙점이 이뤄지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인사문제다. ‘인사가 만사’란 말처럼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담보하는 것도 어떤 인사를 등용하느냐에 달렸다.

야당의 지적처럼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권과 정부 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을 모두 갖게 되면 사실상 민정수석 역할까지 맡게돼 ‘국가 사정 컨트롤타워’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사검증시스템이 미국의 선진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을 따른 것이란 대통령실의 설명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법률고문실에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개시한 후 미 법무부 산하 FBI(연방수사국)에 1차 검증을 의뢰한다. 이후 FBI가 1차 검증 결과를 통보하면 이를 토대로 법률고문실이 다시 종합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법무부에 신설될 인사정보관리단은 대통령실과 독립된 위치에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1차 검증을 담당하는 FBI의 역할을 맡게 된다.

더구나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의 객관적·중립적 업무 수행을 위해 장관은 검증 결과만을 보고받고, 인사정보관리단 사무실도 외부에 별도로 설치해 법무부내 타 부서와는 철저히 분리·운영할 계획이라니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야당이 무작정 ‘비판을 위한 비판’에만 매몰돼 있을 경우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