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조순 선생을 말하다

‘나의 스승, 나의 인생’(나남출판)은 한국 경제학계의 큰 흐름을 형성한 ‘조순학파’의 대표 주자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75·제40대 국무총리)이 반세기간 이어온 조순(94) 선생과의 인연과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온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 현대경제학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원로 경제학자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제17대 경제 부총리)와 정운찬, 두 사람의 인연은 55년 전인 1967년에 시작됐다. 당시 미국 유학을 마치고 서울대에 부임한 조순 선생은 빛나는 지성과 훌륭한 인품을 두루 갖춘 존경할 만한 사표(師表)였다. 그런 선생을 흠모하며 수업 후 칠판을 지우던 정운찬에게 어느 날 선생은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줬다.

그 후 반세기 동안 조순 선생은 정운찬의 인생행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을 다니던 그의 학문적 잠재력을 알아보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도록 권유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그를 서울대로 초빙했다. 또한 상아탑에 머물던 그에게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일깨우며 신문에 글을 쓰고, 시국선언을 하며, 총장과 총리로 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줬다.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선생이 함께해 줬기에 그는 학자로서 인간으로서 더 크게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힘껏 도약할 수 있었다.

저자는 “조순 선생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셨다. 그런 스승을 만난 나는 행운아라고 자부한다”며 “제2, 제3의 조순 선생이 나타나 훌륭한 사제의 도(道)가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엮었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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