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6·1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을 두고 대구·경북지역이 북새통이다. 이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세를 자랑하는 국민의힘 공천은 파급효과가 크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공천은 주로 정치 계파를 중심으로 한 공천이 이뤄지며, 그 와중에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파벌갈등에다 이른바‘옥새들고 나르샤’공천파동이 벌어져 여소야대 형국이 되고 말았고,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친박, 비박 나눠 싸우느라 더불어민주당을 180석의 거대여당으로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한 것은 모두 당 내부의 파벌갈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경우 양상이 자못 다르다. 당 내부의 파벌갈등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맛에 따라 공천하는 이른바 ‘사천’내지‘엿장수공천’이 문제다. 특히 6·1지방선거는 3·9대선을 치른 직후 곧바로 닥쳐온 선거라는 특수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대선 전에 이미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지방선거 공천권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대선 때 중앙당에서 선거자금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만큼 지역에서 선거자금을 알아서 조달하고, 그 대신 신세진 사람들에게 기초단체장이나 기초·광역의원 공천을 줄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음모론에 가깝지만 무리한 공천으로 물의를 빚고있는 경산시 등 일부 지역에선 꽤 설득력있게 나도는 풍문이다. 경북도당 공관위가 3선에 도전하는 단체장 가운데 포항·영주·군위시장에 대해 컷오프 결정을 내렸다가 중앙당 공심위로부터 ‘교체지수 재조사’통보를 받은 데 이어 ‘단체장 포함 경선’이란 최종결정을 통보받는 혼선을 빚은 것도 모양새가 나쁘다.

경북도당 위원장이자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김정재 의원이 자신과 사이가 나쁜 이강덕 현 포항시장을 컷오프시키려다 빚어진 일이란 설명 자체가 공당의 공천에 당협위원장의 사적 감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천기준도 문제다. 중앙당 공관위가 경북도당 공관위 등에 하달한 기초단체장 교체지수 규정을 보면 ‘필요시 현역기초단체장 교체지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교체지수는 개별평가방식(재지지율/당지지도)과 상대 평가 방식(현역 대상 교체 희망률 일괄 조사 후 비교) 두 가지로 제시됐고, 여기서 컷오프 적용 비율은 해당지역 공관위에 권한을 위임했다. 기초단체장의 생사여탈권을 지역 공관위에 위임한 듯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공관위가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의중을 최우선 고려하도록 돼있으니 결국 지역구 국회의원의 뜻에 따라 기초단체장 공천이 이뤄진다.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초단체장 공천이 당협위원장의 뜻에 따라 좌우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아래 공정과 상식, 바로 그게 공천의 원칙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