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행복론’

리처드 이스털린 지음
윌북 펴냄·경제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에는 더 이상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이스털린 역설’의 주인공, 행복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97·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1974년 발표와 동시에 경제학의 방향을 바꾼 그의 이론은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번에 출간된 ‘지적 행복론’(윌북)은 그 후에도 50년간 지속된 그의 연구를 쉽고 명쾌한 언어로 풀어 쓴 책이다. 최근 몇 년간 학교에서 진행한 행복경제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내면의 행복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그 해답을 촘촘하면서도 다정하게 들려준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개인과 행복, 부와 행복, 사회와 행복, 국가와 행복의 관계를 경제학의 언어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좀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질까? 결혼하고 자녀가 생기면 더 행복할까? 어떤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문득문득 우리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행복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평생 행복경제학에 투신해온 97세의 석학이 들려주는 촘촘하고도 다정한 대답으로 가득한 책이다. 직접 강의를 열고 학생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다.

복지 정책부터 환경오염, 종교, 자원봉사, 정치체제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들을 두루 살피고, 현실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면서 함께 ‘행복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가는 방식의 책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행복’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경제학의 프레임 속에서 더욱더 구체성 있게 드러난다.

“소득을 높이는 것과 다르게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윈-윈 상황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소득을 높이려고 한다면 준거 기준도 함께 높아지기에 어느 누구도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겁니다. 이에 반해 운동을 해서 건강을 증진하고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준거 기준이 변치 않는다면 모두가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겠지요.”

이 책은 행복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거쳐 ‘행복혁명’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제시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산업혁명, 인구혁명에 이어 행복혁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얘기다. 개인은 건강과 가정생활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국가는 복지 정책을 펼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세상을 향해 내놓는 진단이자 고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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