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정 문화부장(부국장대우)
윤희정
종합취재부장(부국장대우)

포항시가 석곡기념관 건립 계획을 발표한 지난달 20일은 시민들에게 무척 뜻깊은 날이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석곡기념관의 청사진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석곡(石谷) 이규준(1855~1923)은 포항이 낳은 근대 한의학의 선구자이자 실학자인 조선 후기의 대표적 유의(儒醫)다. 석곡기념관은 그의 역사적 업적과 남긴 모든 발자취를 조명하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교육·문화·체험·관광자원으로의 창출을 목적으로 건립이 추진돼왔다. 하지만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글로벌화하고 있는 변화추세에 비추어보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내년 5월경 시민들에게 선보일 기념관은 이규준의 생애와 학문, 업적을 담은 전시공간으로서 석곡 생가가 있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주민과 향토사학자, 석곡 제자들의 모임인 소문학회 등이 소원해온 20여 년 염원의 결실이다. 기념관은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548호로 지정된 이규준의 저술 목판 364장을 보관할 수장고, 선생의 각종 유품을 전시할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을 구비한다. 또 영상관과 휴게공간인 카페테리아도 마련한다.

이 같은 문화재는 지역주민에게 문화적으로 예술문화 정체성·문화생활에 도움을 주고, 사회적으로 공동체·사회통합·사회자본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또 교육적으로 전통문화·인문정신문화·지역사회를 이해시킬 뿐 아니라 나아가 경제적으로 관광·문화경제·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면서 지역 문화진흥의 핵심 동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특히 최근 지역 문화산업은 창조산업의 영역 확대 등 지속적, 근본적인 변화과정을 맞고 있다. 가히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석곡기념관 건립을 지역 문화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용해 보자. 50여억 원으로 지어지는 제1종 박물관인 기념관이 과연 지역 문화산업의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기념관의 글로벌화의 확장 모드를 고려해 건립했어야 마땅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최근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다시 달라지고 있다. 지역의 경쟁자는 인근이 아니라 세계 어딘가에 있는 지역과 문화 콘텐츠들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 산업정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로 방향성이 바뀌어 가고 있다.

소중한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전·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한 곳도 없는 포항에서 접근성이 좋은 석곡기념관은 민족의 앞날과 민생을 염려한 유학자의 신념을 면면히 기억하고 계승하는 또 다른 문화 콘텐츠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산 교육장이 되리라 믿는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우선, 예산 추가확보를 통한 체험실 등 공간의 확충 노력과 함께 인근에 있는 석곡서당 및 생가 등과 연계한 석곡 문화벨트를 조성해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전시물을 더 발굴해 볼거리를 늘리고, 즐길 거리도 함께 제공해 유익한 교육의 산실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선조들의 발자취를 체험하고 문화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의미 있게 찾는 글로벌 메카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