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수사·지역신문 기자
다양한 길 걸은 저자 유고집
수필 24편·추모글 5편 수록

생전의 전종건 저자. /학이사 제공

신간 ‘낯선 길’(학이사)은 가톨릭신문사 기자와 영남일보 편집부 기자를 거쳐 수성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계에 몸담았던 고(故) 전종건 씨의 유고집이다. 전 씨의 작고 1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에 모아 정리해 둔 원고에 추모글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전 씨는 췌장암으로 인해 큰 수술을 받았지만 현대적인 의학 치료보다 자연치료를 결심하고는 청도 성모솔숲마을로 들어가 숲을 걷고 책을 읽으며 글을 썼다. 자신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내기 위해 원고를 정리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8일 선종했다.

가톨릭 수사로 있다가 수도원을 뛰쳐나와 세속의 길을 걷게 됐다는 저자는 자신을 혼자 생각하고 실행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으로 주변에 인식되는 인물이다. 산골 토굴에 틀어박혀 읽고 쓰는 일에만 몰두하던 때와 아날로그 사운드에 푹 빠져 소리를 찾아 홍길동처럼 전국을 휘젓던 나날의 이야기, 시인과 성악가, 의사의 서재에서 그들과 나눈 대화를 담은 글에서는 저자의 문화예술적 소양을 엿볼 수 있다.

 

삶의 방향성이 현실에 있기보다는 문학적이거나 음악적이거나 철학적인 분위기에 놓여 있는 것 같은 사람, 사람에게 살갑진 않지만 티 내지 않고 한정 없는 마음을 내주는 친구, 인간의 내밀한 역사 엿보기를 끊임없이 갈구해 온 탐구자, 신앙인의 외식적인 행위가 아닌 신앙의 본질을 찾고자 몸부림치던 고뇌하는 수도사…. 그를 수식하는 많은 문장이 있지만, 정작 저자는 ‘글쟁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자신을 표현한다.

총 4부로 나뉜 유고집에는 저자의 수필 24편과 추모글 5편이 수록돼 있다. 1부에서는 일상을, 2부에서는 저자의 취미였던 오디오와 관련된 수필을 모았다. 3부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단상과 예술인을 인터뷰한 글이 정리돼 있으며 추모글로 구성된 4부로 마무리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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