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

이태수 외 지음
헤이북스 펴냄·사회

세계 경제 10위의 부자 나라인 한국은 대격변이 일고 있다. 기회와 충격의 양면성을 지니는 디지털 전환,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생태 위기,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간에 존재하는 극심한 격차, 높은 자살률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저의 출산율 등 시민은 불안하다. 이러한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시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복지와 고용, 환경 등 사회정책은 물론 복지국가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시급하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 각계 전문가 일곱 명이 2년여간의 집요한 공부와 토론을 거쳐 집필한 ‘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헤이북스)이 출간됐다. 촛불 이후 5년, 다시 ‘정치의 시간’을 맞아 우리 삶의 현주소를 짚고, 우리 사회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한 ‘한국 복지국가의 재구조화를 위한 담대한 제안서’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대격변 시대, 시민은 정말 안전한가?’이다. 저자들은 불평등과 격차가 세습화하고 불공정마저 일상화한 사회에서 대안과 희망이 부재한 현재적 조건은 대한민국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고 높은 수준의 울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팬데믹이 이런 위기적 현상을 가속화하고 중층화하고 있고, 우리를 ‘초격차-단절-공포’의 미래로 몰아붙여 회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당장 현시점부터 정치, 경제, 사회, 특히 생태 환경 등에 걸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새로운 복지국가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 복지체제가 시민이 직면한 사회적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은 지난 80여 년 가까이 분배를 둘러싸고 제도화된 정치경제 변화의 누적된 결과이며, 따라서 복지체제의 변화만이 아닌 한국의 산업구조와 정치질서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책의 2부는 ‘대전환 시대,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보장제도가 그동안 가족-개인 사이의 부양 및 돌봄이란 가족 기능을 전제하고 그 기능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 한해 국가가 제도적 지원을 하는 방식의 보충적 지원이 강조돼왔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작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노동시장을 둘러싼 여러 변화는 필연적으로 복지 시스템의 변화를 강제하며 노동의 세계가 기존의 정규직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파트타임, 한시적 일자리, 취업준비생, 실업자, 프리랜서, 비정규직 임금근로자 등 실로 다양한 종류의 ‘일하는 사람들’로 된 다층적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에 조응하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른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경제사회적 전환이 필요한데, 그 전환은 녹색 전환과 탈탄소사회이며 그 핵심 전략이 ‘국가의 녹색(복지)화’라고 제안한다.

이 책의 3부는 ‘새로운 복지국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이다. 전 국민 사회보험, 전환기적 기본소득, 보편적 사회서비스, 혁신 역량 강화, 정의로운 전환을 비롯한 녹색 복지 전략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복지 정치 전략 등을 다룬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중심축인 사회보험은 고용 관계를 근간으로 확립돼있기 때문에 불안정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해 많은 사각지대를 낳는 한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고용에 기반한 사회보험 가입체계를 소득에 기반한 가입체계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라는 것.

복지국가의 또 하나의 핵심축이 사회서비스이지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공공의 책무성이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사회서비스의 공공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공공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을 확대해 모든 국민이 사회서비스를 권리로 보장받는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녹색 복지국가 전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생태 위기 시대의 복합 위험에 대응해 시민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한 ‘생태사회정책’에 있다면서 시민의 권리와 삶의 질을 신장하는 한편, 자연과의 호혜적 공존이란 생태적 가치를 동시에 또렷이 담아야 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사회정책을 주문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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