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의 힘’

웬디 A. 월러슨 지음
글항아리 펴냄·생활

‘싸구려의 힘’(글항아리)은 현대인들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들이 넘쳐나게 된 경위와 원리, 그리고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연구해낸 책이다.

미국 럿거스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 저자 웬디 A. 월러슨은 도서관, 박물관, 학회, 대학, 기업 자료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싸구려 잡동사니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책에는 카탈로그, 광고 지면, 팸플릿, 상품의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 등 100여 컷의 도판이 수록돼 있으며 19세기 판매자와 소비자의 글이나 발언까지 생생하게 인용돼 있다.

112가지 도구를 합쳐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린 스위스 나이프, 애초부터 수집품으로 통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나 접시. ‘싸구려’라는 말에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도, 품질이 조잡하다는 뜻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싸구려(crap·크랩)는 특정한 물건들의 범주가 아니라 존재 방식, 사물 이면의 음모와 위선을 의미한다.

저자는 현대인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이 넘쳐나게 된 이유와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문화·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증정품이나 경품은 필요를 넘어서는 물건을 사도록 소비자를 자극한다. 공짜로 주는 판촉물은 소비자를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만든다. 저자는 “크랩은 더 고상한 것으로는 폭로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심오한 욕망, 충동, 열망을 폭로해준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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