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은둔의 역사’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더퀘스트 펴냄·인문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자신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냈을까? 세계적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빈센트 영국 오픈대 사회사 명예교수는 저서 ‘낭만적 은둔의 역사’(더퀘스트)에서 혼자 있기의 다양한 방식과 의미를 소개한다.

이 책 서장은 스위스의 의사이자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이 1791년에 쓴 고독에 관한 세기의 고전이 된 책 ‘고독에 관하여’를 소개한다. 사색적으로 보이고 싶은 18세기 당대 젊은이들이 품에 껴안고 다닌 이 책은 어떻게 행복한 혼자가 될 것인가에 관해 지금도 유효할 만큼의 엄청난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은둔과 사회생활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낙담이나 종교적 광신에 따른 은둔은 내면을 가다듬을 목적의 은둔과 다르다. 그는 사색으로 고독의 장점을 취하고 현실에 다시 뛰어드는 정신력을 높이 샀다.

1장에서는 ‘산책’의 역사가 펼쳐진다. 존 클레어, 윌리엄 워즈워스를 포함해 19세기 낭만주의 시인들이 산보의 기쁨을 노래한다. 도보 거리나 속도를 치열하게 경쟁한 신사들을 비롯해 런던 골목골목을 활달하게 걸으며 인파 속의 고독을 즐긴 찰스 디킨스 이야기, 귀부인들과 노동자 계층의 서로 다른 산책 생활 등을 엿본다.

2장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여가활동’의 탄생을 다룬다. “이 게임은 생각을 멈추고 종일 시달린 업무를 밤에 떠올리지 않게 해준다”는 기록처럼, 빅토리아시대 독신 여성들이 1인용 카드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최강의 권위자가 돼 안내서를 출판하기에 이른 배경부터 낭만과 괴기가 섞인 고딕소설이 유행해 책 읽기가 위험천만한 오락으로 여겨진 에피소드 등이 펼쳐진다.

3장에서는 매혹의 대상인 수도원과 공포의 대상인 감옥의 뿌리가 된 ‘독방’을 이야기한다. 18세기 독자를 휩쓴 소설 ‘수도사’나 금서로 지정된 ‘수녀’, 독방에 감금된 수감자가 신과의 대화를 시도한 감옥의 역사는 은둔이 지닌 어둠과 낭만의 양면성을 들춘다.

4장에서는 지금의 각종 ‘취미’ 산업들이 자리 잡는 과정이 망라된다. 도보와 독서, 수집, 흡연 등 어떻게 사회경제적 특권층의 여가활동은 전 계층의 오락이 되었을까? 2022년 한국에서 ‘TV를 배경으로 켜두고 안 본다’고 대답한 조사결과와 1980년대 영국의 조사결과가 일치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5장에서는 ‘회복’하는 은둔으로서 행해지는 자연 탐험, 홀로 먼 대양을 항해하기, 최근의 마음 챙김 열풍이 지닌 역사적 맥락을 살핀다.

6장에서는 고독과 구분되는 ‘외로움’을 이해하게 돕는다. 찰스 디킨스가 스크루지 영감을 “독거한다”고 묘사할 때만 해도 외로움이란 말은 탄생하지 않았지만, 19세기 ‘멜랑콜리’라는 신조어와 20세기 최고의 영어소설로 꼽히는 ‘노스트로모’ 이야기 등을 통해 외로움이 현대사회의 병으로 오해받는 이유를 밝히고 정작 간과되고 있는 불평등 구조와의 연관성을 짚는다.

7장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몇백 년의 역사에 걸쳐 디지털 시대 우리의 혼자 있는 시간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돌아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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