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면 금광리 일대서 발견
나무 조직에 광물질 스며든
나무화석으로 ‘생명 문화재’
기후·지질 분야 중요 자료
안내 간판·보호 조치 없어

지난 2020년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 구획정리 지역에서 나온 신생대 나무화석 규화목. 지금도 도구리 골목에 방치돼 있다. /황인 향토사학자 제공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 일대에 신생대 나무화석인 규화목(硅化木)이 별도의 보호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어 관계 기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생대 화석인 규화목이 발견된 금광리 일대는 지질학자들로부터 약 6∼7천만 년 전 신생대 제3기층이라는 화석층으로 인정된 특별한 곳이다. 하지만 관계 기관인 포항시는 별도의 발굴조사는커녕 보호 틀과 안내 간판 설치 등 보호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규화목은 지하에 매몰된 나무의 세포 조직 안에 광물질이 스며들어 화석화가 진행된 나무화석을 말한다. 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미세한 구조까지 관찰할 수 있어 고식물, 고기후, 지질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수억 년 전부터 빗방울과 햇볕, 염분, 용암, 지각변동 등으로 만들어진 지형·지질문화유산으로서 석탑 등 조형 문화유산처럼 하루아침에 모형을 만들 수 있는 문화재가 아닌 살아있는 진귀한 ‘생명 문화재’다.

금광리 규화목은 지난 2007∼2009년 31번 국도 대체순환도로공사 당시 처음 발견돼 2m 이상의 큰 규화목 등 몇 점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센터에 전달돼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 이후 금광리 일대와 인근 도구리 등지에서 발견되고 있는 규화목들은 주민들이 집에 가져가 보관하고 있거나 밭에 표지석 등으로 이용하고 있어 훼손 우려마저 있다.

황인 향토사학자는 “신생대 제3기에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금광리 규화목은 세계적 지질학자들이 인정한 귀중한 화석들로서 고지리학 및 퇴적 당시의 환경 지질시대 화석의 분류 연구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며 “금광리 일대에 지질조사 등을 통해 규화목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해 발굴 및 보존대책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보존방안 및 범위설정 등을 신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에 규화목 4점을 보관하고 있다는 김후진 씨(61·포항시 남구 동해면)는 “무엇보다 포항에서 중생대 나무화석이 발견된 것이고 지질학자들도 이미 학술적, 역사적, 문화재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확인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인 시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포항시 문화예술과 김규빈 학예연구사는 “금광리에 규화목이 있다는 말을 향토사학자나 주민들을 통해 들은 바는 없다. 여러기관에서 지표조사를 해서 화석 산출지로 확인된 구역중 공개 가능한 지역은 북구 두호동 12번지 일원과 여남동 산 47-1번지 두 곳”이라고 말했다.

한편, 규화목은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페트러파이드포리스트 국립공원(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규화목 밀집지로 유명하다. 또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5천만 년 전 화산 분출에 의해 생성된 규화목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항의 신생대 제3기 장기층군의 응회암층에서 규화목이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울산 간월산에서도 보존 가치가 높은 중생대 규화목 2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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