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유사’

최제우 지음
통나무 펴냄, 인문

동학은 고조선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우리의 사유를 바탕으로 서세동점의 절박한 순간에 수운 최제우의 통찰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사상이다. 동학 사상가 수운 최제우가 쓴 한글 경전 ‘용담유사’를 도올 김용옥이 현대 한국어로 풀이한 책 ‘용담유사’(통나무)가 나왔다.

이 책은 도올의 엄정한 문헌비평에 의해 밝혀진 용담유사의 집필 순서대로 용담가, 안심가, 교훈가, 도수사, 권학가, 몽중노소문답가, 도덕가, 흥비가 등 8편의 가사 원문 전체를 다루고 있다. 1883년 계미중추본의 판본 한글을 그대로 담고, 독자의 이해를 위해 각 어휘에 해당하는 한자를 첨가했다. 각 편의 전체개요와 현재 우리말 풀이, 보충설명을 달았다.

수운 최제우는 하느님과의 해후를 통해 1860년 4월 무극대도를 얻은 후 포덕을 시작했으나,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개벽의 진리를 선포할 수 없다는 완고한 현실에 직면한다. 그리하여 그는 저술과 출판을 통해 그의 창조적 사유를 후세에 남기기로 결심한다.

동학의 사상은 수운 최제우가 직접 저술한 ‘동경대전’(순 한문)과 ‘용담유사’(순 한글)라는 두 문헌으로 온전히 남아있다. ‘용담유사’는 순 한글로 지은 4.4조 가사다. 용담은 경주 인근의 최수운이 활동하던 지역 이름이고 유사는 깨우침을 주는 노래라는 뜻이다. 19세기 중엽 이미 수운은 우리 한글로 자신의 생각을 민중과 소통하겠다는 위대한 발상을 한 것이다.

동학의 주요경전이자 영묘(靈妙)한 문학이고 철학인 ‘용담유사’에는 수운이 깨닫고 가르치는 동학의 핵심사상과 그의 고유한 감성이 오롯이 들어있다.

역자 도올 김용옥은 우리가 서양 학문체계와 철학에 익숙해져 수운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용담유사를 “수운이라는 한 인간의 발가벗은 실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용담유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용담가(龍潭歌)는 수운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득도했던 경주 구미산 용담의 아름다움과 득도의 기쁨을 노래한 가사다.

② 안심가(安心歌)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천대받던 여성들을 현숙하고 거룩하다고 떠받들면서 춘삼월 호시절에 태평가를 함께 부를 주체로 설정하고 여성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다.

③교훈가(敎訓歌)는 자질(子姪)들에게 내리는 형식이다. 교도들에게 힘써 수도할 것을 당부하면서, 하늘 조화의 참된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 믿는 데서 창조의 바른 기운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④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이 가사는 수운의 출생, 성장, 득도 과정, 득도 내용 등을 설명하고, 꿈속에서 노소(老少)가 문답하는 형식을 통해서 조선왕조의 멸망과 새로운 동학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⑤ 도수사(道修詞)는 수운이 제자들에게 자신이 가르친 연원도통(淵源道統)을 지키면서 성(誠)과 경(敬)으로 도를 닦기를 당부하고 있다.

⑥ 권학가(勸學歌)는 수운 자신이 자각 창도한 동학을 믿음으로써 다 같이 동귀일체(同歸一體)할 것을 권유한 노래다. 어질고 뜻있는 사람에게 이 가사를 주고 결의해서 가르침을 존중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

⑦ 도덕가(道德歌)는 1863년 7월 경주 현곡면 등지에서 순회 설법하면서 지은 가사로 지벌과 문벌보다 도덕의 귀중함을 강조한 노래다.

⑧ 홍비가(興比歌)는 ‘시경’의 노래체인 흥興(목적한 바를 끄집어내어) 비比(비슷한 다른 사물 등과 비교하는 것)를 사용해 도를 닦는 법을 가르친 노래다. 도를 닦는 일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부터 요령 있게 행하는 데서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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