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부터 ‘이발사의 길’
1988년부터 공군 11전비단 근무
휴가지로 찾은 춘산면 금오리서
지역 어르신들과 인연 ‘첫 봉사’
매월 한 차례씩 주민들 머리 손질
2013년부터 가음면 이1리도 찾아
부인 박윤자씨와 함께 선행 펼쳐

박영관 씨가 의성군 가음면 이1리 경로당에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의성] 의성군 오지마을을 찾아 33년째 무료 이발봉사를 하는 이발사가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군위군 우보가 고향인 박영관(66) 씨는 어릴 때 대구로 이주한 후 20대 중반부터 이발사로 일했다.

1988년부터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서 장교들의 머리를 손질하는 이발사로 근무하고 있다.

의성군과의 인연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휴가 때 우연히 방문한 의성군 춘산면 금오리에서 어르신들의 텁수룩한 머리를 보고 봉사를 결심했다.

봉사활동 대상은 마을 할아버지들 뿐만이 아니었다.

매월 한 차례씩 방문할 때면 마을회관에 임시 이발소를 차려놓고 할머니들과 일반 주민들까지 깔끔하게 머리를 손질해 줬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직접 집을 방문해 머리를 깎았다.

2013년부터는 인근 가음면 이1리 마을 어르신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오갑희 전 가음면장 소개로 8년째 매월 한 번씩 이1리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박씨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경로당은 이내 동네 이발소로 변신하고, 깔끔해진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난다.

박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군부대에서는 박씨에게 몇년간 차량도 지원하며 격려했다.

이렇게 무료 이발봉사로 맺어진 인연으로 마을 주민들은 박씨가 근무하는 군부대를 견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먼저 시작했던 금오리에서의 봉사활동은 지난해 금오리의 80대 한 어르신이 세상을 떠난 뒤 접었다.

마을 주민들이 “어르신들이 다 돌아가셔서 더 이상 머리를 손질할 사람이 없으니 그만 와도 된다”며 박 씨의 봉사활동 방문을 만류했기 때문이다.

30여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박씨의 봉사활동은 남편을 믿고 힘들 때마다 격려하고 뒷바라지 해준 부인 박윤자(62) 씨가 있어 가능했다.

8년전부터는 부인 박 씨도 남편을 따라 봉사활동에 동행하고 있다.

가음면 이1리 한 어르신은 “차편도 없고 거동이 힘들어 읍내로 나가는 것조차 어렵다”며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 이발을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먼 곳에 있는 자식들보다 낫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홍철우 가음면장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께는 직접 집에 찾아가 이발을 해드리는 박씨가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며 “수십년간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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