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반다나 시바·카르티케이 시바 지음
책과함께 펴냄·환경

“인류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최근 들어 수많은 책과 방송에서 기후 위기와 환경·생태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쉽게 믿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우리에게 “지구는 정말 멸망할 것”이라고, “우리는 망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환경 사상가 반다나 시바와 다큐멘터리 ‘반다나 시바의 씨앗’의 촬영감독이자 사진작가인 카르티케이 시바가 함께 집필한 책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책과함께)는 오늘날 생태적 위기의 근본 원인과 배경을 추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반다나 시바가 지목하는 위기의 배후는 전 세계 인구 상위 1%에 속하는 억만장자들과 1%의 이익에 복무해온 경제체제다.

45년간 환경운동에 투신해온 반다나 시바는 지금이 “생물종으로서 인간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하며, 파멸을 막기 위해 1%의 제국에 맞서 99%의 사람들이 싸움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저자들은 우선 왜 1%의 재벌들과 1% 경제가 현재 위기의 원인인지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태초에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였으며, 지구에 깃들어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1%와 1%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로 분열됐다. 1%가 탐욕스레 이익을 추구하는 사이 99%의 인류와 지구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됐다고 논증한다.

1%는 쉽게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환상을 창조했다. 바로 ‘분리주의’ 환상이다. 서로 연결돼있는 인간과 지구를 분리해 지구를 채굴 가능한 자원으로 환원시키고, 자연을 인간이 극복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착각하도록 만들었다.

저자들이 말하는 ‘경제’는 ‘돈이 돈을 버는 것’을 가능하게 한 ‘금융’이다. 탐욕과 축적을 오히려 미덕으로 여기는 1% 경제체제에서는 금융 경제가 실물 경제를 대체한다. 누가 무엇을 생산하는지, 실제로 생산된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이 돈을 버는 도구는 무엇인지, 돈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으로 대체되는 세상에서 부의 분배는 더욱 불평등해진다.

1%는 ‘기술’을 이용해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를 장악하고 지배해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와 바이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를 만들고, 베트남전쟁 때는 고엽제 원료를 공급했던 기업이었다.

이들을 비롯해 전쟁 와중에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로 돈을 번 듀퐁과 다우 케미컬 등의 기업들은 ‘유독성 카르텔’을 형성해 농업과 생명공학 산업을 장악했다. 이들은 유독한 살충제, 화학물질, 유전자 조작 종자를 유통시키며 농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의 식량을 오염시켰다.

저자들은 유독성 카르텔 외에도 허구에 가까운 유전자 결정론과 유전자 환원주의를 정설로 만들기 위해 록펠러 재단이 막대한 자금을 투여한 일, 빌 게이츠가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투자하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묵살시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거나 농민이 개발한 종자를 강탈하며 벌인 생물 해적질, 마크 주커버그가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 농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서 제공해 이득을 취하는 과정 등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저자는 1%가 만든 환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찾기 위한 대안으로 마하트마 간디의 원칙, 자치·자립·인간성과 자유를 강탈하는 체제에 대한 비협조, 비참여, 거부를 의미하는 진정한 저항(사티아그라하) 등을 제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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