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천
사람들이 모였다.
광장 어딘가에
가느다란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무릎이 시린 날이었다.
사람들이 모였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저녁의 파처럼
사람들이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사람들이 모였다.
생각들이 모였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다고?
사람들이 목소리를 조금 더 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였다.
옆에 서 있는 사내의 흰 머리칼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생각들이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가난하고 권력 없는 사람들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이루어진다. 위의 시의 “가느다란 두 다리”의 이미지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권력 없는 이들임을 보여준다. 하나 그들의 두 다리는 땅을 뚫고 나올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위의 시는 사람들의 생각이 교류되는 어떤 무형의 공간이 마련되며, 그 공간이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광장임을 말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