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주

버스를 타고 거리의 소음보다 더 시끄러운 내 속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짧은 파마머리에 즐겨 입던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뒷모습이었습니다 벌떡 일어나 어머니 앞에 서는 찰나 내 머리 속으로 환하게 뜨는 북두칠성 별자리가 보였습니다 창가에서 새를 부르는 청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

노을이 제 몸에 붉은 물을 듬뿍 들이고 나서야 천천히 새의 입을 열어 울음 한 점 꺼냈습니다

진달래꽃, 오롯이 내 안에 물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이끌려 시인은 “어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 “울음 한 점”을 “새의 입을 열어” 꺼낸다. ‘새’는 시인 내면에 유폐되어 있는 영혼을 의미한다. 그래서 “새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시인의 영혼을 꺼내려는 호출이었으며, 이에 대해 시인의 영혼-새-이 입을 열어 꺼낸 응답은 노을과 같이 붉은 울음이었다. 이 ‘울음’은 김소월 시에서의 ‘진달래꽃’처럼 이별의 통한을 담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