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권

호박꽃도 밤에는 잠을 잔다.

한 번도 옷 벗지 않고 깊은 잠을 잔다.

어둠을 이불 삼아 별들의 자장가를 듣는다.

그 잠 속으로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지.

세상의 어떤 유혹으로도 그 방문 열지 못하고

두드리다가 흔들다가 제 풀에 지치고 말지.

어떤 나비도 어떤 벌도 밤에는 제 집을 지킨다.

어떤 바람도 깊은 밤에는 문패를 읽지 못하지.

쓸쓸히 거리를 떠돌다가 존재도 없이 사라지고 말지.

호박꽃은 밤이 되어야 꿈을 꾼다.

밤새도록 꿈을 꾸어야 아침의 사랑이 시작된다.

눈부신 사랑을 위하여 그 밤의 깊은 꿈은 아름답지.

시에 따르면 밤의 호박꽃은 절대로 자신의 방을 열지 않는다. 꿈을 잘 꾸기 위해서. 호박꽃이 잠을 방해받지 않고 꿈꾸고자 하는 것은 “아침의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하여, 눈부신 사랑을 위해 꾸는 꿈이니, “그 밤의 깊은 꿈은 아름답”다. 위의 시의 호박꽃은 사물에 내재한 아름다움을 붙잡으려는 시인의 투시에 의해 얻게 된 시적 형상이다. 그 형상은 사랑의 꿈이 지닌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발산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