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골학교, 절망 속에 피어난 희망
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

신원초 학생들이  최근 ‘1학기 찾아가는 진로체험활동’으로 가죽을 이용해 나만의 팔찌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신원초 제공
신원초 학생들이 최근 ‘1학기 찾아가는 진로체험활동’으로 가죽을 이용해 나만의 팔찌 만들기 체험을 진행했다. /신원초 제공

‘위기는 곧 기회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광역·기초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이 힘을 합쳤다는 소식이 전국에서 들려오고 있다.

날이 갈수록 소멸 위험이 심각해지고 있는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지역 특색에 맞는 인구유입 정책과 사업 등을 펼치며 ‘소멸’에서 ‘회생’으로 대반전을 이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학교 살리기’의 목표는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살리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농촌공동체 활성화’에 있다. 쉽게 말해, 교육을 매개로 외지에서 들어오는 학부모들이 마을 주민과 함께 힘을 모아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하면서 도농교류와 도농 상생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경남 거창군 신원면과 신원초등학교는 ‘신원신바람위원회’를 구성하고, 폐교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를 살리기에 나섰다. ‘신원신바람위원회’는 귀농 농가에 빈집과 일자리를 소개하고 면민과 동창회에서 기금을 조성하는 등 학교특성화 교육과 학생복지를 늘리기 위해 힘써왔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마을에는 귀촌을 택한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으며 폐교 직전에 놓인 학교와 마을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신원초, ‘신바람 신원교육’ 슬로건 특성화 홍보

해외 수학여행·승마장 체험 등 현장위주 교육

친환경 급식·감염병 걱정 없는 안심학교 강조

졸업생 위주 향우회·마을 주민들도 팔 걷어

4천여만원 기금 모금으로 전·입학생 장학금

지난달 유치원·초등생 12명 전·입학 성과

서울 등 전국서 문의 대기가구 40가구 달해

신원면 인구도 지난해 말보다 28명 더 늘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인구 2년 만에 역전 성과

국토부 ‘신바람 주거플랫폼 구축사업’ 선정

전입세대 우선 LH공공임대주택 신축 ‘겹경사’

글 싣는 순서

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

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

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

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

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위치한 신원초등학교의 모습. /신원초 제공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위치한 신원초등학교의 모습. /신원초 제공

□신원초의 번영과 쇠퇴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위치한 신원초등학교는 지난 1926년 개교해 졸업생 2천660여명을 배출해 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다. 1980년대 당시 신원면의 학생 수는 약 1천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때 신원초의 재학생 수는 200여명이 넘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며 인구 유출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이후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 등의 영향으로 1996년부터 현재까지 신원면에 있는 4개 학교(율원초등학교, 산수초등학교, 중유초등학교, 용현초등학교)가 모두 신원초등학교로 통폐합됐다.

신원초도 2000년대부터 재학생의 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교생 수가 20∼30명 내외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신원초의 재학생 수는 모두 26명(초등학생 23명, 유치원 3명)이었다. 뿐만 아니라 2021학년도 신입생이 없어 6학급에서 5학급으로 감축될 위기를 맞닥뜨리기도 했다.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오는 2023학년도에는 4학급으로 학급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3∼4년 뒤면 신원초는 자연스럽게 분교와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위기를 직감한 신원초는 같은 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은 학교를 살리기’운동에 돌입했다.

학교는 ‘신바람 신원 교육’(신나는 배움, 바른 몸과 마음, 자람과 보람이 있는 생활)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학교 특성화 교육 홍보 활동에 열을 올렸다.

우선 해외수학여행과 승마장 체험 등과 같은 폭넓은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재미있는 교육활동을 하고, Non-GMO 친환경 급식과 감염병 걱정 없는 안심학교(코로나 청정지역) 등을 적극 어필하며 학생 유치에 나섰다.

신원초는 같은해 8월 10일 거창군으로부터 ‘폐교 위기 탈출 컨설팅 대상 학교’로 선정되며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오며 홍보활동을 펼칠 좋은 기회도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9월부터 신원초가 폐교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졸업생 및 향후회, 마을 주민, 학부모들도 ‘신원신바람위원회’를 꾸린 뒤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기금 모금을 전개했고, 그 결과 4천280여만원의 기부금이 조성됐다.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인 귀중한 기부금은 전교생 장학금, 전(입)학생 장학금·복지·수학여행 등과 모두 학생들을 위해 사용됐다.

 

신원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찾아가는 북버스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신원초 제공
신원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찾아가는 북버스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신원초 제공

□작은학교 마을의 희망으로 피어나다

민·관·학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지난달 24일 기준 병설유치원에는 3명이 입원을 했으며, 초등학교는 9명(1학년 2명, 2학년 4명, 4학년 2명, 5학년 1명)이 전·입학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 부산,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전입 상담을 문의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 가구만 40가구에 달한다.

학교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2학년도 유·초등 학생 수가 50명에 이를 것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신원면에는 네 가정이 전입했으며 앞으로 두 가정이 추가로 전입할 예정이어서 신원면 인구 또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8명이 더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9년 8월 인구 1천500명의 선이 무너지면서 같은 해 9월 1천448명까지 감소한 이후 2년여 만에 거둬들인 성과인 셈이다. 신원면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한 대목이다.

신원면의 인구 증가의 주요 요인은 신원초의 폐교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 중인 ‘작은 학교 살리기’에 따른 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누군가에게는 학생 수가 적어 없어져야 할 학교지만, 우리에게는 그 시설의 추억과 마을을 위해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신원초 마저 폐교되어 버린다면 신원면에는 초등학교가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거창군 신원면은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8월 국토교토부가 주관한 지역수요 맞춤지원 공모에 ‘신원면 신바람 주거 플랫폼 구축사업’이 선정돼 국비 28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기 때문이다.

신원면 ‘신바람 주거플랫폼 구축사업’은 폐교위기 탈출을 위한 LH공공임대주택 신축사업과 연계해 생활 SOC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으로 커뮤니티 거점 조성, 체육관 리모델링, 보행환경 개선을 전액 국비로 추진하게 된다.

거창군은 폐교된 신원중학교 유휴부지에 다목적 홀, 공유카페 등 개방형 공유공간인 어울림센터와 전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숲 도서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옛 신원중학교 체육관은 리모델링을 통해 생활체육시설로 탈바꿈해 지역 주민과 이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체육 플랫폼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거창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맺고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LH공공임대주택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원면에는 지역에 2022년을 목표로 임대주택 12호가 완공되면 신원초 전·입학 전입세대에게 우선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제인식 신원초등학교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신원면 졸업 동문, 신원면 관계기관 등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학생 유치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안전한 배움터 신바람 나는 신원초등학교를 만들고, 신원초만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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