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무관중으로 진행한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경기로 배구를 꼽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모든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잘 아는 운동도 없지만, 배구만은 깊은 인연이 있어서 조금 볼 줄 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오로지 키가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구선수로 발탁이 돼서 1년 정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큰 경기에는 치어리더나 응원단이 있어서 보기 어렵지만, 초등학교 수준의 작은 경기에서는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있다. ‘플레이 플레이 한동구’, 현재 공을 잡고 있는 선수를 응원하는 소리다. 여기서 한동구는 ‘플레이 볼’이라는 이현의 장편 동화의 주인공이다.

동화 작가 이현이 쓴 ‘플레이 볼’은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들 이야기다. 이현은 스토리텔러로 꽤나 단단한 내공을 가진 작가인 듯하다. 야구를 하나도 모르지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주인공 한동구는 3학년에 야구를 시작해서 이제 6학년이 되었고 중학교 야구부에 스카웃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영민이 전학 오기 전까지는 가장 잘한다고 인정받아 4번을 달고 있다. 그러나 5학년 때 전학 와서 뒤늦게 시작한 이영민한테 4번을 뺏기고 만다. 이영민은 야구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데 천재적으로 잘한다.

동구 아빠는 숫자를 들이대며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초등학교 야구 선수가 5,000명, 고등학교 야수 선수는 700에서 800명, 프로 야구에서 뛰는 선수는 100명도 안 되고, 그중 1군 선수는 훨씬 더 적다는 현실을 말해준다. 동구는 실의에 빠진다.

재능이 없다는 건 좀 슬픈 일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재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좋아하고 열심히 해도 재능 있는 사람만큼 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를 샘낸 살리에르의 불행은, 비록 그 이야기가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살리에르에게 저절로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플레이 볼’에는 푸른이라는 동구 친구 이야기도 있다. 푸른이 역시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동구보다도 더 재능이 없다. 결국 현실을 인정하고 야구부에서 나와 보습학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동네 아마추어 야구단에 들어가서 야구를 즐긴다. 프로 선수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동호회 실력으로는 최고였다.

동구는 중학교 선발에 중요한 시합에서 제대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래도 야구를 놓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유는? 메이저리그 구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수 호아킨 안두하르가 남긴, ‘(앞일은) 알 수 없다’는 말 한마디 때문이다. 이 말 한마디가 동구에게 계속 야구를 하게 하는 힘이다.

참, 초등학교 때 배구 선수 생활은 벤치를 지키는 것으로 마감했다. 키만 컸지 재능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8년 전 동네 주부 배구단에 들어가서 센터를 맡아 구 대회에도 출전하여 맹활약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배구 팀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 출신이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 플레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