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덥다, 너무 뜨겁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핫한 날씨에 도로를 걷다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이맘때면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또다른 반대급부도 얻는다.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나 인도블록의 작은 틈속에서 어김없이 생명의 경이로움을 본다. 블록의 작은 틈바구니와 찢어진 콘크리트 땅속에서 이름모를 풀들이 자신의 머리를 내밀고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소위 이름도 잘 모르는 잡초다. 흔히 잡초는 주로 산과 들판에서 스스로 번식하는 잡다한 풀들을 일컫는다.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식물이 아니라는 뜻이지만 결코 나쁜 의미도 아니고 특정한 식물 종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별다른 쓰임새가 없는 것을 흔히 잡초에 비유하는 등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다. 농사에 있어선 재배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뺏어먹는 주적이고 제거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잡초는 무조건 제거대상이 아니다. 뿌리를 깊이 내려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분을 퍼 올리는 역할과 더불어 표토층을 보호하는 등 땅을 지키는 일등공신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보리밭에 밀이 나면 밀이 잡초이고, 도라지 밭에 산삼이 나면 산삼 또한 잡초인 것이다. 자기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잡초와 주초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극도로 지쳐가고 있는 국민은 요즘 더 힘이 든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터널 속에 갖힌 채 가마솥 더위 속에서도 부족한 전력 때문에 냉방기 온도도 맘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등 그야말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이 민초들이 감내해야 한다. 답답한 현실 앞에서 새삼 지도자의 중요성을 느낀다.

현 정부는 백성을 잡초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집권이래 지금까지 야당과 지겹도록 투쟁만 했을 뿐 국가를 위한 백년대계에 어떤 디딤돌을 놓았는가. 안보불안에다 코로나 대처 미흡, 공수처 갈등, 검찰수사권 문제 등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특히 탈원전 정책과 관련, 멀쩡히 완공된 원전 가동을 수년째 미루고 앞선 정부에서 계획된 원전까지 백지화로 돌리는 등의 정책은 국민에 대한 오만이다. 악법도 법이듯 과거정부에서 기획된 정책은 존중되야 하고 바꾸거나 폐기할 경우 보다 엄격히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등 진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위정자의 이념이 국익에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잘못된 정치로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를 빼앗기는 것을 경험하는 등 지도자의 중요성을 수천년동안 지켜보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정치시대는 이미 끝났다.

흔히 잡초는 민초로 여겨진다. 잡풀들이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듯 민초들은 위정자에 밟히고 치이더라도 이 세상을 지탱하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수십명의 잠룡들이 각자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진심으로 민초들을 어루만지고 또한 두려워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민초(잡초)는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는 것을 위정자는 알아야 한다. 잡초는 괄시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것을 명심할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