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에리히 케스트너 지음·시집
이화북스출판사 펴냄·1만3천800원

“슬픔은 금방 사라진다./슬픔은 쉽게 찾아오지만 매번 또 사라진다./이렇게 우리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영혼은 점점 길들여진다.”- 에리히 케스트너 ‘누구나 아는 슬픔’ 중

독일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1899~1974)의 대표 시집 ‘마주보기’(이화북스출판사)는 1980년대 후반 서정윤 ‘홀로서기’, 도종환 ‘접시꽃 당신’과 함께 국내 시집 붐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시집이다.

이화북스출판사가 2004년에 다른 출판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정식 계약판으로 출판됐다가 절판된 ‘마주보기’를 국내 최초 완역판으로 최근 출간했다.

캐스트너가 1936년 발표한 이 시집의 원제는 ‘에리히 캐스트너 박사가 시로 쓴 가정상비약’이다. 삶에 지치거나 감정이 메마를 때, 사랑이 떠나갈 때, 결혼 생활이 위기에 빠질 때, 나이 드는 게 슬플 때 등 여러 상황과 감정에 맞춘 처방전 같은 시들을 선사한다.

‘호주머니가 텅텅 비었을 때’, ‘정치에 식상했을 때’, ‘사랑을 잃었을 때’ 등등의 경우에 맞춤형의 짧고 쉬운 시를 통해 올곧고 순수한 인간의 마음을 노래하며 병든 인간혼을 교정하고 정화하고 치료한다.

시인 캐스트너 역시 문학은 동시대의 아픔을 담아 가장 쉬운 말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문학관을 바탕으로 이 시집을 썼다고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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