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국가에서’

V. S. 나이폴 지음·민음사 펴냄
소설집·1만5천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V.S. 나이폴의 ‘자유 국가에서’(민음사)가 최근 국내 출간됐다.

영국령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인도 이민자 3세로 태어난 나이폴은 식민지 상황 아래서 피지배자, 주변인이 겪는 혼란을 그린다. ‘오리엔탈리즘’의 에드워드 사이드 등은 나이폴이 식민지 역사와 제3세계의 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이폴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담론보다는 피지배자가 경계인으로서 겪는 인간적인 갈등에 더 주목한다.

이 작품은 부랑자, 집시, 외국인 노동자, 식민지 파견 행정관 등 식민지를 둘러싼 다양한 방랑자들의 굴곡진 삶을 제시하며 정체성을 둘러싼 이방인의 고뇌를 다룬다. 네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모두 모국을 떠나 삶의 뿌리와 공동체를 상실한 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나이폴은 식민지에서 태어나 본국의 이민자로 살았던 개인적 경험을 확장시켜 식민과 탈식민, 유럽과 비유럽의 대립 구도, 식민지 독립 후 문화적 혼돈기의 삶을 소재로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유럽 중심의 식민주의가 어떻게 세계사를 왜곡하고 개인의 삶과 희망을 짓밟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