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삼

베개를 버릴 수 없는 한

잠을 팽개칠 수 없는 한

은물결 달빛을 타고

흔들리며 오는

귀뚜라미 소리에서 떠날 수 없고나

풀잎은 말라서 야위어가고

나뭇잎 또한 놀빛을 넘어가고

땅에 비치는 것이 너무 많아

세상은 슬픔만으로 기울어질 때

하늘이 안 자는 잠을 훔쳐 간

내 머리카락을

한 올 두 올 세게 하고나

시인은 모든 인생이 근원적으로 안고 있는 슬픔에 대해 토로하고 있음을 본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같은 시에서처럼 남도의 눈물어린 정서를 소박하고 정겨운 필치로 서정시를 써온 시인은 풀잎은 마르고 나무 이파리들이 물들어가는 밤 잠 못 들고 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