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점심시간에는 교직원 식당에서

암 투병하는 이선생 근황을 전해 들었다

온 힘을 다해 어둠 너머로 그가 흔들어 보냈을

플라스크 속 섬광의 파란 봉화들!

오후에는 몇 학기 째 논문을 미룬 제자가 찾아왔다

논리의 무위도식에게 이끌려 다니는 삼십대 중반에게

견디라고 얼어 죽지 말라고

끝내는 텅 빈 메아리 같아서 건넬 수밖에 없던 침묵

그에게 거름이 되었을까 절망으로 닿았을까

꽃대 세우지 못하는 시업(詩業)이 탕진해 보내는

눅눅한 내 무정란의 시간들

암으로 투병하는 동료 교수의 힘겨운 시간과 논문을 미룬 나이든 제자의 무위도식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무슨 뾰족한 해법을 건내주지 못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무력함과 수월하게 잘 진척되지 않는 자신의 시 쓰기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