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 승

허구헌날 허락된 굴레 안에서만

매해, 매해, 매해앰 돌다

제 모가지 칭칭 옭아매는 염소의

줄행랑을 꿈꾸는 아침

외딴 저수지에서

젊은 부부의 버거운 생이 사뿐 인양되었다

아이 하나씩 꼭 껴안은 채

굴레를 벗어난, 말뚝 뽑힌 염소부부

함께 건져 올려진 소지품으로 보아

그들에겐 한 사나흘

짧은 방목의 날이 있었다고

마지막 비망록을 훔쳐본

잠 덜 깬 텔레비전이 웅얼거린다

말뚝 뽑힌 염소가 줄행랑을 놓다

문득 뒤돌아보고는

아무도 저를 붙잡는 이 없어

맥없이 매해, 매해해해해 갈 곳을 모르다가

길고, 깊은 울음 울었겠다

뽑힌 말뚝을 울었겠다 그때

그들이 타전했을 붉은 메시지 하나가

아침을 두드린다

염소를 키우며 힘겨운 삶을 살다간 젊은 부부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서사를 모티브로 쓴 시다. 이 시는 자신의 삶이 굴레에 묶인 염소와 다를 바 없다는 존재론적 쓸쓸한 인식이 묻어나고 있다. 굴레에 메인 것과 같은 현대인들의 무미하고 단순한 반복적 일상,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시인의 몸짓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