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이창훈 경북도청본사취재본부장

대월동화(大月東火)란 말이 있었다. 한자사전이나 사자성어 모음집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문을 좀 안다고 해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단어다. 하지만 대구에서 학교나 청장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다.

대구백화점은 월요일이 휴무고 동아백화점은 화요일에 쉰다는 뜻으로 일반인이 만들어낸 인조단어다. 대구와 동아백화점은 지역의 대표 유통기관으로 대구시민을 비롯 비교적 가까운 구미 경주 포항 등 인근 시군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성장을 함께 해왔기 때문으로 그만큼 시민들과 더불어 기업경영이 지속됐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양 백화점은 토종으로 지역경기의 큰 축을 담당해 왔지만 거대자본을 앞세운 수도권의 대형백화점이 몰려오면서 변화하는 세태를 극복하지 못한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더불어 대월동화라는 단어도 지워졌다. 수십년동안 함께 해왔던 기업이 영원히 같이갈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결국은 문을 닫는 사태를 보면서 시도민들도 많은 상념이 교차됐다.

경북도에는 박물관 등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조형물이 있다. 도청 앞마당에 있다가 청내 어린이집 옆으로 이동해 전시중인 공룡뼈다. 공룡 몸체가 아닌 뼈를 전시한 것은 ‘변화지 않으면 이렇게 앙상한 뼈만 남게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철우 지사는 2018년 도지사 취임 후 다음해 세계적 기업인 구글 본사를 방문해 큰 감명을 받은 후 길이 10.5m, 높이 3.5m 크기의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의 뼈 조형물을 설치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후기 백악기에 생존한 육식공룡으로 가장 힘이 세 당시를 주름잡았던 공룡이다.

이 지사가 공룡뼈를 설치한 것은 직원들에게 ‘변해야 산다’는 것을 강조하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 지사는 취임 초 “경북도 공직사회가 생각 이상으로 활력이 없고 변화에 대한 의욕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일부 불평을 잠재우고 해피댄스와 맨발걷기, 간편복장 등을 도입한 것을 비롯 급기야 공룡뼈까지 가져다 놓았다. 이는 공직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한 이 지사의 몸부림이라 짐작된다. 그리고 도정에 만족할 만한 변화가 보인다면 이 공룡뼈를 검무산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대월동화와 공룡뼈에 대해 재삼 반추해본다. 지역의 버팀목이었던 대구와 동아백화점도, 백악기를 주름잡았던 공룡도 변화하는 세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라졌다. 이 지사가 그렇게 강조한 변화의 바람이 도정내에서 과연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는가를 한번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 됐다. 내년이면 이철우 지사도 4년간의 지사 임기가 끝난다. 물론 재선의 길이 있겠지만 초임 임기 내 화두로 삼은 ‘변화의 길’이 그만큼 험난하고 어려웠던 만큼, 과연 어디까지 변화했는지 중간 결과물이라도 한번 보고싶은 마음이다. 지금 공룡은 도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가 완성돼 공룡이 도청을 떠나 검무산으로 가는 날이 언제일까. 진정 이 날이 오긴 올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도청에서 뼈만 앙상한 채 지나가는 길손의 눈팅대상으로만 있을 것인가. 오직 도청 공직자와 이 지사만이 해답을 낼 뿐이다. 많은 시도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