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철 훈

내 처의 고향은 가지 못하는 땅

함흥하고도 성천강 물맞이 계곡

낙향하여 몇 해라도 살아보제도

내 처의 고향은 닿지 못하는 땅

그곳은 청진으로 해삼위로 갈 수가 있어

싸구려 소주를 마시는 주막이 거기 있었다

솔개가 치운 허공에 얼어붙은 채

북으로 더 북으로 뻗치는 산맥을 염원하던 땅

단고기를 듬성 썰던 통나무 도마가 거기 있었다

등짝짐에 철모르는 아이를 묶고

우쑤리로 니꼴스끄로 떠나갈 때

바람도 서러운 방향으로 휘돌아치고

젊은 장인 불알 두쪽에

맨주먹을 흔들며 내려오던 땅

울타리 콩이 새끼를 치고

홀로 국경을 지키는 오랑캐꽃이 거기 있었다

그의 처가 있는 곳은 금단의 땅인 북한이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잃어버린 곳이며 민족사의 단절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를 홀로 국경을 지키며 피어있는 오랑캐 꽃으로 표현하면서 시인은 이러한 민족적 비극을 비통해 하고 있다. 분단극복, 민족 동질성 회복,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