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진 경

전원을 끄고

코드란 코드를 벽에서 뽑는다

내 속의 이명을 키운다

은폐된 소리를 도굴한다 부장품처럼 견딘 소리뼈, 내 몸을 찌르는 귀무덤 도굴한다 무심한 역사의 등뒤에서 자란 이명들 세월을 물레질하는 달팽이관 없는 귀, 임란 중에 끌려간 도공들 한숨을 판다 연처럼 날아오르는 염불, 삼중 스님 독경이 하늘을 판다 발굴된 소리는 연줄에 먹인 사금파리가 된다 시간의 작두날을 타고 춤추는 살풀이 굿판에서 천지신명 귀 잘린 원혼들, 소리가 세상을 쓰윽 벤다 닳지 못한 생살의 울음잡기를 한다

한 동맥 줄기로 흐르기 위한 끝없는 망치질 소리, 움츠려드는 나를 두드린다

(….)

자기 내면에 쌓인 억눌림, 혹은 남을 억누른 정황을 하나씩 풀어헤쳐내어 그 어떤 억눌림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서기를 염원하고 있다. 시인은 그것을 통해 내적 치유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다. 아슬한 경계에서 타인에게 해를 받거나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경직되고 유폐된 자아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얻으려는 시인의 몸짓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