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이어 올 2월 또 발생
산림 2천여ha 잿더미 만들어
탐문과정서 목격자 증언 바뀌고
증거물 돌들도 진화과정서 훼손
원인제공자도 특정 못해 ‘난항’
안동시·경찰, 다각도로 수사 중

올 2월 발생한 안동 산불 피해지 모습.

지난해 4월 안동에서 산불이 나 무려 축구장 2천700개 면적인 1천944ha 산림이 소실된데 이어 올해 2월 또 다시 안동과 예천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586개와 맞먹는 419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피해액만 900억 원이 넘는다. 복원하는 데는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방화냐, 실화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지만, 아직 산불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 이어 올해도 산림 초토화

지난해 4월 24일 오후 3시 39분께 안동 풍천면 인금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26일 오후까지 1천944ha 산림을 태워 793억 원의 피해를 냈다.

지난달 21~22일 발생한 안동·예천 산불 피해면적은 419㏊(안동 307㏊, 예천 112㏊), 피해액은 125억 원(81억, 43억9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안동 산불은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서 발생, 주변으로 번졌고, 예천 산불도 같은 날 오후 4시 12분께 감천면 증거리 야산에서 시작, 강풍을 타고 확산됐다.

◇산림당국 발화점 못 찾아

산림당국은 정밀 감식과 조사를 진행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당국은 산불 최초 발화지점을 찾는데 주력했다. 산불이 일어난 날 바람이 강하게 불어 불씨가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녔다. 불씨가 떨어 진 곳은 모두 발화지점으로 추정·판단했다. 하지만 탐문과정에 목격자들의 증언이 바뀌고, 증거물인 돌들도 산불대원들의 진화과정에서 훼손, 발화지점을 찾지 못했다. 원인제공자도 특정할 수 없었다.

김명철 한국산불방지협회 경북지회 국장은 “사법권이나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관련사항에 대해 보고서를 만들어 안동시와 안동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방화 가능성 열어 두고 수사해야

지난해 발생한 산불은 외지에서 고사리를 캐러 온 외지인의 소행이라는 추측이 무성하고, 올해 산불은 마을 주민 중 목격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안동시 퇴직 공무원은 “70평생 안동에서 2천ha의 산림을 태운 산불을 본 적이 없다”며 “방화와 관련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안동에서 10년간 77건의 산불이 나 1천994.93ha의 산림을 태웠다. 이중 지난해 4월 발생한 대형 산불 1건이 99.11%(1천977.24%)를 차지해 평상시와 다른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 올해 2월 안동과 예천에서 발생한 산불피해 면적도 지난해 안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포항지역 직장인 K씨(전문직)는 “강풍이 불던 2013년 3월 9일 ‘20년 만’에 포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29ha의 산림과 주택 등을 태워 54억 원의 재산피해와 27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방화범은 중학교 1학년 학생(12)이었다. 1993년 포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역시 방화범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안동과 예천 대형 산불도 방화범에 의한 소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중학생 A군은 용흥동 포항의료원 뒷산 밑에서 ‘불을 지르지 말라’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친구 집에서 가져온 라이터로 나뭇잎에 불을 지른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져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A군은 촉법소년(10~14세 미만 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포항시는 당시 산불로 사상자 27명(80대 1명 사망)을 내고 주택 등 건물 111채가 소실되는 등 54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A군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키로 했다가 시간이 흐르자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산불 피해성금을 가해자인 해당 중학생 가정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직장인)는 당시 산불과 관련 “‘2006년 여름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만 14세 미만의 조카를 시켜 포항 의료원 뒷산에 불을 지르면 된다.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이 아이는 내 말을 잘 듣는 조카(누나의 아들?)이다고 한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란 시민제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며 “당시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그간 수많은 엽기적인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동시·경찰 “범인 잡아 죗값 치르게 할 것”

안동시와 경찰은 지난해 산불을 낸 범인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등산객이나 방문객이 낸 산불로 추정하고 CCTV를 통해 최초 발화지 마을을 다녀간 10여명에 대해 확인을 마쳤다.

용의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아직 산불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중한 안동시 산림과장은 “올해 임동면 산불 최초 발화지는 산 속이다. 논밭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인적이 드문 마을이다. CCTV는 물론이고 자동차 블랙박스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을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 범인이 밝혀지면 무관용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혔다.

안동경찰서 관계자도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경찰은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외길이기 때문에 CCTV를 기초로 출·입 기록을 확보해 최초 신고자와 목격자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해 두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수사 중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박주원 경북대 교수(산림과학·조경학부)는 “산불은 한순간의 발생하지만 우리가 다시 건전한 산림으로 복원하는 데는 최소한 30년 이상의 긴 세월이 소요된다”며 “산불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지치기 등에서 발생한 산림부산물을 도로변까지라도 옮겨둬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취약지에 CCTV를 설치해도 산불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반드시 범인을 잡아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산불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범인을 검거한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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