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대구의 모 대학 총장이 대학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최근 대학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입시 실패에 대한 총장 책임을 묻는 글 아래에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사실만 약속드린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사실상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올해 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지방대가 속출하면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닫는다’는 말이 나돌곤 있지만, 이제는 총장 사퇴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80%라고 한다.

이 대학 뿐만 아니라 인근 대구권 4년제 대학의 정원 미달 상황은 심각하다. 추가모집이 모두 진행됐지만 100% 최종 등록률로 이어진 곳은 한 곳도 없다.

전통의 지역 명문교인 K, Y 대학들도 100% 등록에 못미쳤다고 한다.

반면 포항의 한동대, 포스텍은 100% 등록률을 보였다. 포스텍은 전국적인 명성의 프레미어 대학이므로 가능하였지만 한동대의 100% 충원은 다른 지역대학들이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 글로벌 역량강화와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예라고 본다.

1960∼70년대 시절 신생아는 연 100만명에 가까웠고 초등학교는 한반에 100명 가까운 콩나물 교실이었다. 2부제, 3부제 수업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교 교실은 한반에 20∼30명 수준이고 폐교되는 학교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당초 예상보다 9년이나 앞당겨 금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은 지난해 출생아가 역대 최저치인 27만여 명으로 30만명 선이 무너졌다고 발표했다. 금년의 대학정원은 49만명, 지원자는 42만명이었다. 27만명 시대가 오면 대학의 거의 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

사실상 대학 폐교의 문제는 ‘벚꽃 피는 순서’라는 말에서부터 나온다. 이는 지역대학을 폄하하고 서울로 향하는 국민 전체의 인식에서부터 나온다.

일부 대학의 폐교는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지역대학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줄어든다면 현 대학정원 미달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 가능하다. 재수, 반수를 통해서 인서울 대학으로 가려는 분위기도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많은 우수한 대학들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주요 명문 주립대학들은 주의 수도가 아닌 작은 마을에 있다. 이것은 교육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일본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같이 한국도 서울 지역 가리지 않고 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질로 승부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 한다.

서울·지방 이분법은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벚꽃피는 순서’라는 말이 사라질 때 한국의 대학충원율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