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는 포스텍(포항공대)과 함께 한국을 끌어가는 특성화 과학기술 대학의 쌍두마차이다. 한국사회에서 이 두 대학은 세계의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신성철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오는 22일 은퇴식을 갖는다고 한다. 1975년 카이스트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여 거의 반세기 가깝게 카이스트와 함께한 신 총장은 지난 16일 카이스트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온라인으로 성대하게 거행하였다.

카이스트는 1971년 대학원으로만 창설되어 첫 입학생을 1973년 선발하였고 신 총장은 필자와 함께 입학한 3기 입학생이 된다. 필자와 함께 학생회 활동도 같이 하였던 신 총장은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자성연합회(AUMS·Asian Union of Magnetics Societies)’가 주관하는 AUMS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연구업적과 함께 카이스트 부총장을 거쳤고 6년간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그리고 4년간 카이스트 총장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업적은 수없이 많지만 대덕클럽을 창설하여 과학자들의 대화와 교류의 광장을 만든 것과 논문에 구애 받지 않고 10∼20년간 연구에만 몰두하는 Singularity(집중연구)교수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혁신적으로 꼽힌다.

그는 50주년 기념식 후 거행된 심포지엄에서 “다음 50년 동안 KAIST는 ‘10-10-10 드림’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노벨상이나 필즈상을 받을 만한 학문적으로 업적을 쌓은 교수 10명을 배출하고 100억 달러(1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지닌 스타트업(데카콘) 10개를 육성하고 케냐를 비롯해 전 세계에 KAIST를 10개 설립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장엄한 선언이다.

이날 기념식과 심포지엄에는 미국의 MIT, 일본의 동경공대, 중국의 칭화대, 스위스 ETH 등 초 일류대학의 총장들이 참여하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 카이스트의 세계적 위상을 실감하게 하였다.

이러한 축하 무드 속에서도 필자는 과학에 정치가 관여된 지난날을 돌이켜 보게 된다. 회상하기도 싫지만 이런 한국 과학계의 엄청난 공헌을 한 신 총장은 정권이 바뀐 후 과기부의 무리한 감사를 통해 괴롭힘을 당했고 결국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법원이 판결했다. 사실상 그동안 12개의 과학계 수장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정권이 바뀌면서 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의 과학계의 수장들을 몰아내고 무리한 감사를 통해 사임케 하는 나쁜 전통은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신성철 총장의 은퇴를 축하하고 한국과학계를 위해 계속 일해주시길 부탁드리며 한국 과학계도 이제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과학계는 절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