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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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태세 문단세….” “웃어서 세우세….”

어려서 이런 말들을 달달 외던 생각이 난다. 누구나 눈을 감고 초중등 학교 시절 외우던 말들이다. 이조시대 왕들의 순서를 외웠고, 영어의 will, shall 용법을 외우던 시절이다. 어떻게 쓰이는 지도 모르고 무조건 외웠 다.

대부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달달 외우는 것을 잘하던 아이들이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생각하지 말고 외워!”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생과 중학교 2학년생의 수학·과학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해당 과목에 대한 흥미도는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58개국 초중등 학생 50여만명이 참여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생의 성취도는 수학 3위, 과학 2위를 기록했다. 이 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한 1995년부터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성취도는 수학 2~3위, 과학 1~2위로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중학생의 성취도도 그동안 수학 1~3위, 과학 3~5위로 우수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과학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도가 밑바닥 수준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학 2년의 경우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도가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낮았다고 한다.

“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경쟁하기가 힘들어. 우리 교육방식의 문제야.” 몇 년 전 서울대에서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긴 한 수재 과학자가 한 이야기이다. 그가 던진 독백과 같은 이 한마디가 내내 뇌리를 때린다.

그가 해준 카이스트 총장이었던 미국 국적의 러플린 이야기도 흥미롭다.

러플린은 벨 연구소에서 일했는데 괴짜이고 주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쫓겨났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와 스탠퍼드 교수가 되었는데 벨 연구소에서 연구한 연구업적을 근거로 48세인 1998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 후 벨 연구소의 해당 연구실은 러플린을 몰아낸 걸 크게 후회하였고, 노벨상 수상자를 몰아낸 연구실로 낙인찍혔다는 이야기다. 그는 러플린이 괴짜 연구자라고 하면서 한국에서 성장했으면 학교를 다니다가 쫓겨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헀다.

또, 현 서울대 총장의 일화도 흥미롭다. 그는 초등학교 그리고 그 명문 중고교를 내내 수석으로 다니면서 전국 대학 입학고사 수석, 대학 수석졸업을 했던 수재이다. .그러나 그는 스탠퍼드 유학시절 “태어나서 유학까지 수석이었으나, 논문을 쓰려니 수석을 못하겠어”라고 술회하여 주변 친구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난 한국의 암기식 교육의 피해자”라고 말하며, 그의 눈가에는 가벼운 이슬이 맺혔다고 한다.

오늘도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방송의 유튜브의 입시 강의가 요란하다. 수억대 연봉의 스타 강사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들은 “외우자, 문제 형식을 알고 해법을 외우자”라고 오늘도 외친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