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에서 엄민재씨 딸들의 기념촬영.
요즘 역사책에 푹 빠져있는 큰딸 시은이가 신라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재잘재잘 질문이 많아졌다. 그런 딸아이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나도 중학교 국사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입담 좋으신 국사 선생님의 역사 이야기가 할아버지께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같아 수업시간이 늘 즐거웠다. 그런 성향을 큰애가 똑 닮았나 보다.

이참에 관심을 흥미로 바꿔주려고 주말에 경주 문무대왕릉을 보러 가자고 했다. 역사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지인 찬스를 쓰기로 했다. 들려주는 추천코스는 경주 읍천항(파도 소리길) - 경주 문무대왕릉 - 감은사지 <2013> 이견대였다. 늦잠을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고 간단하게 간식도 챙겨서 경주로 가족 나들이 떠났다.

읍천항은 바다에서 솟은 주상절리가 길을 안내했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피우고, 간간이 인증샷도 남겼다. 바닷길을 달리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문무대왕릉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훨훨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문무왕 곁을 지켜주고 있는듯했다.

차로 5분 거리의 감은사지에 도착했다. 절은 사라지고 탑 두 기만 남아 언덕을 채우고 있었다. 문무왕이 짓기 시작해 아들인 신문왕이 완성하였다. 쌍둥이 석탑을 우러러보았다.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가장 큰 석탑으로 금당 아래 석축 사이 공간으로 동해의 물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문무왕이 용이 되어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옛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러는 사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두 딸을 불러서, 만파식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지하게 들어주는 아이들이 그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마지막 코스인 이견대로 발길을 돌렸다. 탁 트인 이견대에서 문무왕릉을 바라보면서, 죽어서라도 용이 되어 왜구를 지키고자 했던 문무왕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려다 내가 더 감동을 얻어 온 하루였다. /엄민재(포항시 북구 삼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