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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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TV 언론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칭을 “이명박 씨”로 부르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 17년형 확정 판결을 계기로 ‘이명박 씨’라고 호칭하겠다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뀐 뒤에 전직 대통령이 과거의 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씨’라고 부르는게 맞는 것일까?

야당 정치인들은 “해당 언론사는 앞으로 범죄혐의가 유죄확정된 수많은 분들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사유로 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은 분들도 호칭의 일관성을 유지하시길 기대한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왜 ‘~씨’라고 부르지 않았느냐는 반박이다. 여권인사 안희정, 한명숙 이런 분들도 씨를 붙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주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칭을 ‘박근혜 씨’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탄핵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상실한 만큼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탄핵당한 대통령은 경호 및 경비 지원 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어떠한 예우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호칭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호칭에 예우를 담아서 쓰는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한 때 대통령으로 재직한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대통령으로 불러 주는 것은 좋은 관습이다. 대학총장이나 장관은 퇴임 후에도 아무개 총장, 아무개 장관으로 부르는 관습이 있다. 학교교장, 교수나 의사들도 퇴임 이후에도 교장, 교수, 닥터로 불러주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시장, 군수들도 퇴임 후도 그렇게 불러준다. 이는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고 봉사한 분들에 대한 예의 차원의 호칭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직에 대한 예우 차원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경우는 특히 예우차원에서 아무개 대통령이라 부르는 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보편화 되어 있다.

심지어 미국은 전임 대통령에 대하여 한국처럼 전 대통령(former president)이라고 하지 않고 전임 대통령도 프레지던트 카터(President Carter), 프레지던트 레이건(President Reagan) 이런 식으로 “전임”자를 제외하고 바로 “대통령”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도 프레지던트 닉슨(President Nixon)으로 불러준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대통령이 통치행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하여 사법적 판단은 정치적 판단일 수도 있기에 여전히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부르는 호칭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명박 씨라고 부르는 건 너무 정치적이라고 본다. 좀더 우리는 아량을 갖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적인 판단보다 사회적인 관습이 더 앞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