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1대 왕 중종은 몸이 약했습니다. 왕의 건강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던 왕실은 순창 지역에 122세의 장수 노인이 있다는 소식이 궁중까지 올라옵니다. 왕실은 예조에서 똑똑하다고 알려진 김시원을 뽑아 순창으로 내려 보냈지요. 노인의 아들 마행곤(馬行坤)은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면 장수 비결을 알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첫째 할머니가 아침에 가장 먼저 드시는 것은? 둘째 할머니가 육종(암)에 걸린 적이 있는데 이를 치료한 약은? 셋째 가족들이 매일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리는 것은?

천재 김시원은 1, 2번 문제를 쉽게 풀어냅니다. 가장 먼저 먹는 것은 맑은 물 한잔. 암 치료제는 지역 발효 식품과 소식(小食)이었습니다. 마지막 문제가 어렵습니다. 며느리는 떡을, 둘째 아들은 비녀를 갖다 드립니다. 손자는 천자문을 읽어 드리지요. 가족들이 할머니에게 주는 것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김시원은 혼란에 빠집니다.

며칠 동안 가족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정답을 찾으려 애쓰던 김시원은 어느 날 증손자가 아무것도 갖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방에서 계속 들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김시원은 마행곤을 찾아갑니다. “세 번째 비밀은 효(孝)입니다.” 마행곤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아무리 귀하고 몸에 좋은 선물이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효를 다해 부모가 걱정 없다면 어찌 천수를 못 누리겠습니까!”

조씨 할머니 장수 비결은 맑은 물을 마시고 발효 식품으로 소식(小食)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효(孝)를 행하는 것으로 김시원이 밝혀냅니다. 중종은 할머니와 일가족에게 상과 음식을 내렸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하고 있습니다. 유전공학 발달로 점점 수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늘어난 노년을 더 깊고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