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건 깃발 올린 날
영남권 친박 중진 첫 불출마
공관위, 대대적 물갈이 시사
이번주 공천 면접 분수령 전망

미래통합당의 부산·경남(PK) 지역 중진이자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5선 정갑윤 의원과 4선 유기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대구·경북(TK) 지역 친박계에 대한 불출마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 망해가는 나라를 바로잡는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에서 제가 마음을 내려놓는다”며 “마지막으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은혜를 갚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의장을 목표로 지역구를 다져 왔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유기준 의원도 “21대 총선에서 현재의 지역구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대교체의 물꼬를 열어 주는 데 제 자신을 던지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현 지역구 불출마라면, 수도권 험지 등 다른 지역구 출마는 가능한가’라는 취지의 질문이 기자들로부터 쏟아지자 “생각해보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만 답했다.

영남권 친박계 중진의 불출마 선언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금까지 영남권에선 김무성, 유승민(대구 동을), 김세연, 여상규 의원 등 비박계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정 의원과 유 의원의 결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완료되지 않았던 친박계 청산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는 TK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당 공관위 내부에서는 “‘영남 물갈이’란 장애물을 넘어야 인적 혁신을 할 수 있다”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사하고 있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도 “우리는 TK, PK 지역을 대폭 물갈이 하라는 국민의 절대적인 명령에 따를 것이다. 전체 국민을 보고 개혁 공천을 하는 것이다. 그분들과의 의리에 연연할 수는 없다”고 언급하면서 지역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다른 공관위 관계자는 “20대 총선 공천 때 ‘진박(眞朴) 공천’ 논란 대상인 사람이 적잖다”며 친박계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물갈이 폭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원들이 공관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공관위 주변에서는 대구 4명, 경북 4명이 생존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여기에 공관위 발언이 더해지면서 경북 지역의 경우 3명만 생존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확대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경북에서는 70%이상이 공천 과정에서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유기준, 정갑윤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배경에 공관위의 설득작업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만큼, 일부 TK의원들을 대상으로 공관위가 불출마 설득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합당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TK는 보수의 본산, 보수의 심장이네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왔고 또 장외투쟁 같은 경우에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그런 곳”이라며 “칭찬은 못해줄망정 왜 실컷 지지하고 봉사만 하고 물갈이 대상이 돼야 하느냐 그런 불만이 많다”고 TK물갈이론을 강하게 받아쳤다.

그는 이어 “지역 언론들은 TK가 무슨 자유한국당 식민지냐, 우리 지역은 국회의장감 대통령감 하나 없이 자른단 말이냐(라고 한다)”면서 “왜 TK·PK가 더 교체돼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하면 여론의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 공천 면접 이후 TK 지역 의원들을 대거 쳐낼 경우 무소속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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