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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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쌍20년의 해가 떠올랐다. 쌍10년, 쌍20년, 쌍30년은 결국 거의 1천년에 한번 오는 독특한 숫자이다. 숫자로 보면 큰 행운이 올 것같은 새해 아침이다.

필자는 미국으로 이민온 가족들 연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의 수도 워싱턴에서 쌍십년의 새해 아침을 맞았다. 그런데 연말 연시에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한 소식뿐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립을 선언하면서 한국정부를 왕따시켰다고 한다. 공수처법이 야당의 퇴장 속에 통과되면서 정국도 소용돌이에 들어가고 기업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정치안보는 끝없는 대립적 논쟁으로 차치하고라도 경제가 큰 문제이다. 2019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및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 기업에도 정말 힘든 한해였다. 기업들의 수난의 한해이기도 했다. 사실 워싱턴에서 바라본 미국의 한국기업의 진출은 눈부시다. 현대, 기아 자동차를 필두로 삼성, LG의 미주 시장 진출은 이제 한국 제품은 더이상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 품격이 있는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월마트 같은 주요 체인점의 가전제품은 한국제품의 특별 코너가 있다.

한국기업들의 공장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알라바마 헌츠빌의 LG, 몽고메리의 현대차, 조지아 웨스트포인트의 기아차, 그리고 텍사스 달라스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의 삼성전자 등은 수많은 관련 부품업체 공장들도 많이 진출해 있다. 사실 미국 내에서 자동차 뿐만이 아니다.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IT 제품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일본이나 미국제품에 밀렸던 가전제품시장에서 한국 가전제품의 약진은 실로 매우 놀라운 것이다. 이제 미국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70년부터 봇물을 이루었던 한국의 코리언 드림은 이제 코리언 프라이드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코리언 프라이드를 엮어나가는 현대차나 삼성전자의 국내 현실은 밝지 못하다. 현대차는 노조에 시달리고 삼성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각종 조사에 시달린다. 정치권의 입맛을 맞추어야 하고 또 정권이 바뀌면 그로 인해 곤욕을 치른다. 이러한 기업들의 매출의 반 이상이 해외에서 일어난다면 이들이 갈 길은 정말 암담해진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은 4년 연속 임단협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고 한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에도 사법처리에 대해 고심이 깊다. 제발 괴롭히지 말라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재벌기업들의 운영방식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에 공헌하는 정도를 볼 때 그들에 대한 정치권의 정의적 판단과 탄력적인 정책이 아쉽게 느껴진다.

현대의 국가의 힘은 면적이나 인구숫자에 상관없이 얼마나 세계로 뻗어나가는가 하는 세계적인 경제력의 힘으로 결정된다. 각국은 각국을 먹여살리는 브랜드 기업을 위해 뛰고 있다. 새해에는 한국의 프라이드인 그런 대기업들이 정치권으로부터 고통을 당하지 않고 의연히 세계경영을 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