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요즘 학생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매체는 책보다는 스마트폰 동영상과 모바일 게임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 틱톡과 같은 동영상 전문 앱과 범람하는 수많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들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 시대에 우리 학생들은 무분별한 동영상과 현란하고 잔인한 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밖에도 영화, 텔레비전, 광고와 같은 휘황찬란한 동영상 매체가 우리 학생들의 삶과 영혼을 사로잡고 있다. 이로 인한 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긴 글을 읽지 못하고, 짧은 글이라도 맥락을 알지 못하며, 평소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고, 교묘하고 영악한 방법으로 친구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은따, SNS를 이용해 비방하고 험담하는 카따까지 우리 학생들의 영혼은 심각한 수준으로 병들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청소년시절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혼을 고양시키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시와의 만남이다. 시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시의 아름다움을 통해 언어의 고귀함을 느끼며, 따뜻한 인성과 상상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무엇보다 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인류 문화의 정수다.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선행되고 바탕이 되어야 할 교육은 코딩이나 정보통신, 5G같은 기술이 아니다. 우리 학생들이 시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내면에 숨어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신헌재 교수는 “시를 감상하는 것은 낱말, 소리, 그리고 독특한 방식의 리듬, 창조적 언어 사용 방법들을 발견하게 하여 학생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고 하였다. 시는 늘 우리 삶을 노래한다. 시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통찰하며 경험을 확장시킨다. 시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 낭송(암송)과 시 쓰기이다. 윤여탁 교수는 “시는 시다워야 하며, 시는 읽혀야 한다. 또 시를 설명하면, 시는 다친다”고 하였다. 학생들은 대부분 시를 재미없고 지루해한다. 잘못된 시 교육 때문이다. 신비평과 구조주의에 바탕을 둔 시 교육은 시의 비유, 상징, 운율, 함축된 의미를 설명하려고 하고, 학생들에게 그것을 찾아내게 한다. 학생들이 시로부터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시는 분석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시는 자전거처럼 타고 달리는 것이다. 자전거를 칠판에 걸어놓고 분석하고 설명하고 문제풀이까지 하면 자전거를 좋아할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없다. 활동 중심의 시 낭송(암송) 활동을 통해 시에 흥미와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는 그 자체로 즐겁고 아름다운 것이다. 즐거운 시 낭송(암송)과 삶을 가꾸는 시 쓰기를 ‘시울림’이라고 한다. 시를 낭송하면 몸이 떨린다. 시를 외면 영혼이 떨린다. 시를 쓰면 삶이 떨린다. 그리하여 떨림은 울림이 된다. 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이 ‘시울림 학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