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공수처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공소유지권을 공수처에 넘겨 검찰의 정치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다.

공수처가 설립 취지대로만 운영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무슨 이견이 있으랴. 보수야당의 반대는 더할 나위없이 거세다. 야당으로선 검찰로도 충분히 공직사회 기강을 잡을 수 있는 데, 새로 공수처를 세우는 것은 옥상옥이자 야당정치인을 탄압하고, 영구집권을 위한 방편이 아니냐며 반대해왔다.

더구나 지금껏 공수처 설치를 묵인하는 듯 했던 검찰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듯 하다. 검찰은 여야‘4+1’협의체가 합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당초 법안에 없던 독소조항이 협의과정에서 슬며시 추가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조항은‘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제24조 제2항 규정이다.

설령 공수처의 필요성을 백번 인정한다해도 압수수색 전 단계인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도록 규정한 것은 사실 지나친 처사다. 공수처가 검경으로부터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반대로 사건을 가로채 뭉개거나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통상 검찰은 수사착수 단계에서는 법무부나 청와대에도 사전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에 사건의 수사착수 통보 의무화 규정은 수사검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에 근거가 없는 공수처가 헌법기관인 검찰에 대해 상위기관으로서 지휘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위헌성이 짙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수처와 검찰간 갈등이 수사를 통해 표면화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찰이 공수처 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반대로 공수처가 해당검사를 비리혐의로 수사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공수처법이 현실이 되면 현재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수사와 재판 경력 없이 ‘조사업무 실무’ 5년 이상 경력으로 가능한 공수처 수사관 자격조항도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는 세월호특조위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들을 합류시키기 위한 규정이라는 비판이 많다.

야당이 검찰을 권력의 주구로 만들기 위헤 공수처를 만들려고 한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야당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듯한 독소조항을 슬쩍 끼워넣은 여당의 처사는 한마디로 안하무인격이다. 여당은 이합집산을 통해 국회운영을 독재적으로 끌고가선 안된다. 공수처법을 두고 벌어진, 민심을 두려워않는 여당의 행태는 국민적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